사회
모텔 끌려가던 여성, 도망치다 사망…가해자는 항소심서 감형, 왜?
입력 2022-12-14 16:54  | 수정 2022-12-14 17:05
사진 = 연합뉴스
가해자, 피해자가 계단에서 굴러 쓰러졌는데도 추행
항소심 재판부 "유족이 합의하고 처벌 원치 않아"

강제로 모텔로 끌고 들어가려는 남성을 피해 달아나던 여성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숨지는 사건과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항소심에서 가해 남성 형량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박해빈 고법판사)는 강간치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A 씨에게 징역 10년이던 원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피해 여성 B 씨는 평소 다니던 울산의 한 스크린골프연습상 사장 A 씨로부터 '내가 당신 때문에 돈을 좀 썼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석 달 전쯤에도 비슷한 내용이 문자를 받은 B 씨는 '저번에도 그러더니 무슨 말이냐'고 답장을 보낸 뒤 스크린골프장을 찾았고, A 씨와 대화하며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이후 A 씨는 만취한 B 씨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같이 택시를 탔고, 택시 안에서 B 씨에게 신체적 접촉을 했습니다.

B 씨가 거부하는데도 멈추지 않고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A 씨의 모습은 택시 내부 블랙박스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미지.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던 중 택시는 모텔 앞에 정차했고, A 씨는 B 씨를 모텔 안으로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택시 기사에게 B 씨의 집 주소가 아닌 모텔 주소를 전달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B 씨는 완강히 거부하며 도로 쪽으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A 씨는 B 씨를 붙잡아 모텔 안으로 끌고 들어갔고, 이 장면은 검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 담겨 있습니다.

두 사람은 모텔 안 카운터 앞에서도 실랑이를 이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휘청거리며 뒷걸음질치다 현관문 옆에 있는 계단으로 굴러 떨어졌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된 B 씨는 뇌사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올해 1월 사망했습니다.

A 씨는 사고 당시 B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도 입을 맞추거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이 사건 발생 전까지 둘이서 술을 마시거나 교제한 사실은 없다"며 "피고인은 사건 당일 만취 상태인 B 씨가 자신에게서 벗어나려다가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을 것"이라고 A씨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그럼에도 A 씨는 "성폭행 의도가 없었고, A 씨의 사망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며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A 씨의 감금·강간 의도 등 모든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목숨을 잃었고, 유족 역시 평생 상처를 안게 됐다"면서도 "유족의 합의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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