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기자의 문화이야기] 누구나 배우가 된다…세종문화회관 무대 선 시민들 "이 순간 자체가 감동"
입력 2022-12-11 16:34  | 수정 2022-12-13 20:00
시민연극교실 '베니스의 상인' 포스터 [사진=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 제14기 시민연극교실 발표회
전문연극인·전공자 제외하고 누구나 지원 가능…서울시극단서 지원
샤일록 맡은 국어교사, 모로코왕 맡은 경찰…다양한 연령대서 '문화 향유'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소극장 S씨어터에서 시민연극교실 발표회가 어제(10일)와 오늘(11일) 이틀간 진행됐습니다.

시민연극교실은 전문연극인과 전공자를 제외하면 누구나 지원 가능한 세종문화회관의 프로그램입니다.

서울시 소속 서울시극단의 전문적인 지도를 받으며 일반 시민들이 작품 선정부터 스토리 구상, 공연 제작과 실연까지 전 과정을 체험하게 됩니다.

지난 2009년 1기로 시작해 올해 14기를 맞이한 장수 프로그램입니다. 관람료 단돈 1만 원으로 볼 수 있는 이 공연이 과연 볼 만 할까 직접 관람해봤습니다.
(위) 세종문화회관에 전시된 포스터 (아래) 연극 '베니스의 상인' 무대 모습 [사진=MBN]

올해 시민연극 공연작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베니스의 상인'.

무대에서 배우들은 사전 정보가 없었다면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한 명, 한 명의 무대 장악력이 컸고, 떠는 기색 없이 연기하는 캐릭터 그 자체가 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7월 말부터 '교육' 시작…본격적인 연습은 두 달 진행

1시간 30분간의 연극에서 배우들이 공개 모집 이후 서로 처음 만난 직장인들이 틈틈이 연습한 결과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자, 관객들은 큰 소리로 웃고 극에 점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공연이 가능한 비법이 뭘까요?

먼저, 연출은 서울시극단 1997년 창단 멤버인 김신기 배우가 맡았습니다. 김신기 배우는 시민연극 1기부터 연출을 맡고 있습니다.

서울시극단의 예술감독은 고선웅. 이외에도 이들을 위한 강사로 배우 손숙과 안석환, 연출가 손진택, 극작가 고연옥, 조명가 고희선, 무대미술가 이태섭, 마임이스트 이두성, 안무가 금배섭 등이 참여했습니다.

모집 이후 배우들은 7월 말부터 9월 말경까지 일주일에 한번, 2~3시간씩 만나며 기본 교육을 받았습니다. 10월 초쯤부터는 서울시극단과 협의해 작업을 선정했고 직장에서 퇴근하면 함께 매일같이 대본을 읽고 본격적인 연습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커튼콜 때 무대 위에 선 배우들 [사진=MBN]

"서울시극단 지원 이유?…서울시민의 예술 향유, 직접 체험은 중요"

서울시극단 김신기 배우는 기자를 만나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민들의 예술 향유, 직접적인 체험이라는 화두에 부합하는 사업"이라 밝혔습니다.

서울시에서 의뢰를 받아 14년째 연출을 맡고 있는데, 예술성과 보편성, 공공성 등의 요소가 있다면, 예술성을 추구하면서도 일반 시민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연극을 경험하는 것도 함께 충족하려는 쉽지만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연출 김신기는 "누구에게나 열린 문인데, 한 번쯤 경험해보면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시민연극교실을 거쳐간 1~4기 일부 시민은 '시민극단 2010', '극단 시연', '극단 두비춤', '일상연극단 오당춤', '극단 딴청' 등의 극단을 직접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커튼콜 때 무대 위에 선 배우들 [사진=MBN]

배우들 "이 순간 자체가 감동"

돈만 밝히는 유대인인 '샤일록' 역은 현직 국어교사인 신광수 씨가 맡았습니다.

신 씨는 "25년 전 국립극장에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어 연극 무대에 서봤는데 25년 만"이라며 "이 순간 자체가 감동"이라 말했습니다.

이어 신 씨는 "연극은 늘 하고 싶었던지라 크게 설렜고 시민들이 무대를 설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많이 주면 좋겠다"며 "일반인이 막히는 부분은 전문가들이 풀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고, 배우로서 움직임이나 발음 등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공연 당일 각각 포오샤와 네릿사를 맡은 여성 시민들도 "대학생 때 연극 동아리 경험이 있었고, 그때 기분을 잊지 못해 다시 무대 서고 싶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들은 상대 배우와의 호흡과 시선 처리를 많이 배웠다고 회고했습니다. 예를 들어, 연극을 할 때 배우가 아래를 본다고 하면, 정말 아래를 보면 관객들 보기에 자신감 없어 보일 수 있기에 다르게 시선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14기 시민연극교실에는 20대부터 65세까지, 그리고 일반 직장인부터 현직 경찰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배우로 참여했습니다.

관객 "보는 것만으로 즐거워"

관객 박성희 씨는 "아들이 좋아서 취미생활한다고 하는데, 일한 뒤에 피곤해 하면서도 연기 연습을 해서 보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아들이 극단 경험은 없지만 대학생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어 했고, 항상 연기했던 캐릭터를 하는 것 같다"며 미소지었습니다.

관객 김근영 씨는 "아마추어이지만 열연해 감동이었다"며 "보는 사람도 즐겁지만 연기하는 분도 보람되고 일상에서 벗어난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 같다"며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더 많은 지원이 있다면 좋겠다고 희망했습니다.

관객 조현우 씨와 박민규 씨도 "일반인이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잘해서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며 "나이가 많은 분들도 다같이 나와 하는 극이 많이 없기도 한데, 일반 시민들이 많이 참여하고 또 보러 오면 좋겠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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