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금덕 할머니 측 "강제동원 피해자 훈장 무산, 일본 눈치 본 것"
입력 2022-12-08 17:02  | 수정 2023-03-08 17:05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미쓰비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4년 기자회견에서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외교부, '양금덕 할머니 서훈'에 제동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내일(9일) '2022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이에 외교부가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고 제동을 건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유관 단체는 "일본 눈치를 본 것"이라고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을 추진했습니다. 지난 9월 홈페이지에 양금덕 할머니가 포함된 '2022년 대한민국 인권상 포상 추천대상자' 명단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했으며 6일 국무회의에 상정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국무회의 상정이 무산됐습니다. 외교부가 양금덕 할머니 서훈 안건에 대해 관련 부처 간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견을 내며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양금덕 할머니가 인권상 수상자로 최종 결정됐고 내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해당 안건이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서 수상이 돌연 취소된 겁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미쓰비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4년 기자회견에서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눈가를 만지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오늘(8일) 입장문을 내고 "외교부가 7월 26일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사실상 판결을 보류해 줄 것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해 (전범 기업 자산 매각) 강제집행을 방해하더니, 이번에는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통해 '인권상' 수상을 방해하고 나섰다"고 꼬집었습니다.

단체는 "양금덕 할머니의 공적 내용에는 30년 동안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의 책임을 묻기 위해 싸워 온 활동, 특히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배상 이행이 안 되고 있는 현재 상황까지 그대로 드러나 있다"며 "혹여라도 한일 간 갈등의 핵심 당사자라는 것이 부담되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인권위 측이) 시상식에 관련 활동을 보여줄 영상과 사진 자료를 보내 달라 해서 전달했고, 가족들에게도 연락 드려 당일 광주송정역에서 출발하는 KTX 열차 예매까지 마쳤다"며 인권위로부터 받은 수상 안내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도 이날 성명을 통해 "외교부가 일본 눈치를 보느라 강제동원 피해자 인권 회복을 막아선 것"이라며 "양금덕 할머니의 인권상 수상에 도대체 어떤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해 온 임재성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강제동원 문제로 30년 동안 싸워온 피해자에게 상을 주면 일본이 불편해하거나 협의에 변수가 생길까 봐 서훈 안건을 상정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외교부 측 관계자는 "서훈 수여는 상훈법상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는 사항인 바, 관련 부처간의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한편, 양금덕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13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끌려간 강제동원 피해자입니다. 강제징용에 시달리다 해방이 되자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귀국했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를 이끌었습니다.

대법원 확정판결에도 일본 측이 배상 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다시 법적 다툼을 통해 해당 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매각 하라는 법원 결정을 받아냈고, 일본 측은 이 결정에 불복하고 대법원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으며 외교부는 대법원에 판결 연기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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