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혜민 개인전 '꿈을 꾸듯이' 개최..."지금 어떤 꿈을 꾸고 계세요?"
입력 2022-12-08 11:32  | 수정 2022-12-08 11:46
이혜민 작가의 개인전 '꿈을 꾸듯이, Phantasmagoria'가 다음 달 5일까지 예술공간 수애뇨339에서 열립니다.
천, 베개, 쿠션 이용해 작가의 삶 풀어
이혜민 작가 "일상의 사소한 순간은 없다"...소박한 재료의 강인함 '역설'
이혜민 작가의 개인전 '꿈을 꾸듯이, Phantasmagoria'가 예술공간 수애뇨339에서 열립니다. 이번 개인전은 내일 시작해 다음 달 5일까지 진행됩니다.

천을 사용해 베개나 쿠션 형태의 작품으로 작가의 지나온 삶을 풀어내온 이혜민 작가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카이로스적 작품 세계를 선보여왔습니다. 이를 통해 과거 여성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바느질로 사소하고 소박한 재료를 연단해 연약한 재료가 강한 힘을 갖게 됨의 역설을 보여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누에고치가 나비로 탈바꿈(Metamorphosis)하듯, 버려질 뻔한 조각천들이 꿈을 꾸듯 작업한 과정을 통해 빛나는 모습으로 탈바꿈한 형태들로 공간을 채웁니다. 또, 이전 설치 작품에서 취했던 와이어로 작품을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방식 대신, 가느다란 실 가닥을 사용해 나풀거리는 천들이 춤을 추는 것처럼 떠다니는 모습을 연출할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시장 자체가 환등기 역할을 하듯 내부로 들어와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그림자에 따라 작품을 보는 이에게 환각과 착시를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벽에 걸린 부조 작품은 힘 없이 존재하던 베개들이 중첩성과 우연성으로 밀도 있게 서로를 지지하며 더욱 깊어진 색으로 작가 내면에 견고해지는 꿈을 표현했습니다. 또, 브론즈로 캐스팅한 베개 형태의 조각 작품은 눈으로 보았을 때에 따뜻하고 부드럽지만 겨울철 눈보라와 같은 거친 외부 환경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환기시켜주게 됩니다.

이 작가는 "전시장의 내부와 외부 공간을 활용해 무대 위와 무대 뒤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실내에는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작품을, 유리창 너머 외부 공간에서는 완성 직전의 조각 작품을 설치해 무대로 올라가기 직전의 긴장감과 꿈에 대한 간절함을 전해주고자 했다는 게 이 작가의 설명입니다.

이 작가는 가느다란 실과 자투리 천, 흩어지는 솜을 재료로, 꿈이란 결코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신기루나 찰나의 나른한 한순간이 아닐뿐 아니라 외적으로 보이는 현재의 모습대로 평가할 대상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박한 재료들이 꿈을 꾸는 이에게는 현실을 버티고 주저앉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 버팀목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셈입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지금 어떤 꿈을 꾸고 계세요?"라는 질문을 던져 관람객들이 스스로 답을 찾는 영감을 주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광재 기자 indianpa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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