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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역전 결승골…태극전사 12년 만의 원정 월드컵 16강
입력 2022-12-03 02:25  | 수정 2022-12-03 02:49
김영권 동점골에 황희찬 역전골로 극적인 승리
H조 2위로 16강 진출…6일 새벽 4시 G조 1위와 16강전



이게 드라마가 아니면 뭐가 드라마인가.

축구대표팀이 카타르 도하 위성도시인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2-1로 역전승했다. 같은 시각 우루과이가 가나를 2-0으로 꺾으면서 대표팀은 H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이은 12년 만의 원정 월드컵 16강행이다.

대표팀은 조규성을 최전방 공격수, 이강인을 중앙 미드필더로 쓰는 4-1-4-1 포메이션으로 포르투갈과 맞섰다.

대표팀은 전반 5분 만에 실점했다. 후방에서 한 번에 넘어온 패스에 왼쪽 측면이 뚫렸고, 달롯의 패스를 받은 호르타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대표팀은 반격했다. 전반 16분 손흥민이 올려준 공을 조규성이 헤더로 연결했고 이게 골키퍼 맞고 흐르자 김진수가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대표팀은 전반 27분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강인의 코너킥이 호날두 등에 맞고 흐른 걸 김영권이 왼발로 차 넣어 포르투갈 골문을 열었다. 4년 전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때 결승골을 넣었던 김영권은 두 대회 연속 득점을 기록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전반 40분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리고 포르투갈 골문을 노렸지만, 회심의 슛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대표팀은 김승규의 선방으로 전반 막판 위기를 넘겼다. 김승규는 전반 34분 코스타의 패스를 받은 달롯의 중거리 슛을 선방한 데 이어 전반 41분 누녜스의 슛도 막았다.

접전이 이어지던 후반 19분 이재성이 나오고 황희찬이 들어갔고 포르투갈도 호날두를 빼고 안드레 실바를 넣는 등 두 팀 다 변화를 줬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이어지던 후반 34분 대표팀은 김영권이 부상으로 빠지는 악재를 맞았다.

피가 마르던 후반 추가 시간. 짜릿한 드라마가 나왔다. 손흥민이 단독 드리블로 문전 앞까지 치고 들어갔고 거머리처럼 달려드는 상대 수비를 뚫고 기막힌 패스를 찔러줬다. 마무리는 황희찬이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지난 2경기에 결장했던 황희찬. 절묘하게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어가 골을 넣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전 안정환의 골든골에 버금가는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득점이었다.

경기는 대한민국의 2대 1 역전승으로 끝났다. 벤투 감독과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둥글게 모여 우루과이-가나전을 함께 지켜봤다. 간절히 기도하는 백승호의 모습이 보였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우루과이가 가나를 꺾었다. 선수들은 열광했다. 붉은악마가 모여있는 관중석 쪽으로 달려가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쳤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선배들이 했던 바로 그 역사적인 세리머니였다. 경기장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지며 붉은악마와 태극전사들은 축제의 밤을 만끽했다.

한국 축구는 1993년 도하에서 극적인 미국월드컵 진출을 이뤘다. 도하의 기적이 29년 만에 다시 일어났다. 역시 도하는 한국 축구에 약속의 땅이었다.

[도하 = 전광열 기자 revelg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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