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02세 철학자 김형석 "고생이 행복을 만들고 인생을 만들었다"
입력 2022-12-02 16:29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형석 교수,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출간


"고생을 많이 했는데 행복했다.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을 만들었고, 내 인생을 만들었다. 그게 내 결론이다.”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2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열고 책을 낸 소회와 책의 주제인 행복에 대해 말했습니다. 이번에 펴낸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열림원)은 김 교수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깨달은 행복의 철학이 담긴 에세이집입니다.

김형석 교수가 말하는 행복이란

그는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철학자답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을 먼저 꺼내 들었습니다. "행복은 누구나 원하는데, 그 책의 결론은 인격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 인격만큼 행복을 누구나 누리게 된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책에서도 "인격은 최고의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 인격을 계속해서 갈고닦으며 이웃을 섬길 줄 아는 사람은 그 인격적인 삶에서 오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인격은 행복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행복을 창조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가난과 전쟁을 겪었고, 전후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실향민이기도 합니다. 100년을 살면서 그 햇수만큼 고생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고생이 행복의 주춧돌이 됐다고 했습니다.


그는 행복이 삶의 중요한 가치라면서 "내 행복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불행과 고통을 주게 되면 사회적 가치와 어긋나니까 안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습니다.

요즘에는 100세가 넘으니 '오래 살아서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고 말한 그는 "95세까진 괜찮은데, 그다음부터는 몸이 피곤하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너무 관심이 커지니까 고생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래 사는 게 그리 좋은 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건 너무 힘든데, 저녁에 잠들 때는 편안하고 즐겁다. 이제는 오래 잠들 때가 된 것 같다"며 "다만 지금 하는 작업은 끝내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내년 3월에 책이 2권 더 출간된다고 소개했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것, 지속해서 일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

그는 건강의 비결로 "무리하지 않는 것"과 "지속해서 일하는 것"을 꼽았습니다.

그는 "젊었을 때 체력을 낭비하면 오래 살기도 어렵고 건강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면서 "뭐든지 무리하지 않게, 낭비하지 않게 사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나는 어려서 건강이 나빠 무리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런 습관이 남아 있다"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도 많이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70대 중반 이후부터는 몸이 아니라 정신력이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몸이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정신력이 건강한 사람이 오래 사는 것 같다"며 "건강은 몸이 아니라 정신력인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박통일 기자 / tong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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