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형편 어려운 이들 위해 '무료 예식장' 운영한 할아버지, 뇌출혈로 쓰러져
입력 2022-12-02 11:59  | 수정 2022-12-02 13:33
입원한 백낙삼씨를 찾은 최필순씨/사진=MBN
봉사하는 마음으로 산 삶…지난해 LG의인상 받아
아들이 뜻을 대신해 무료 예식 이어가

55년간 형편이 어려운 1만 5000쌍 부부에게 무료 예식을 지원한 백낙삼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근황이 공개됐습니다.

어제(1일) MBN '특종세상'은 55년간 무료 예식을 진행한 백낙삼(91) 최필순(81) 부부의 사연을 방송했습니다. 최씨는 지난 4월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최씨는 "남편이 아침 6시쯤 옥상에 올라가셨다. 난 (그때)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7시가 다 돼가도 안 내려오셨다. 가보니까 쓰러져 계셨다"고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최 씨는 "옷이 다 젖어 있어 너무 놀라 고함을 질렀다"며 "앞집 새댁이 그 소리를 듣고 119에 전화해줬다. 남편이 1시간 만에 깨어났다. 안 깨어났으면 나도 세상에 없었을 것"이라고 슬픔에 잠겼습니다.


백씨는 의식을 회복했지만, 거동이 불편한 상태입니다. 아들과 함께 남편이 입원한 요양병원을 찾은 최씨는 "당신 보고 싶으니까 또 올 거야. 사랑해요. 빨리 나아서 집에 오세요. 모시러 올게요. 우리 할아버지가 너무 불쌍해서 그래요. 깨어나서 좀 살다가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라며 마음을 전했습니다.

최씨는 남편이 쓰러진 후에도 무료 예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대신해 주례와 사진을 담당하고, 최씨는 드레스와 턱시도를 수선합니다.

백낙삼,최필순씨 부부 사진/사진=LG복지재단

할아버지 백씨는 1967년부터 경남 마산에서 형편이 어려운 예비 부부들을 위해 무료로 결혼식을 진행했습니다.

20대때부터 10년 넘게 사진사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1967년 층짜리 건물을 샀고, 예식장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가난 때문에 결혼식을 못 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봉사하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왔습니다.

최씨는 "우리도 너무 못살다 보니까 드레스, 턱시도 무료로 드리고 사진값만 받고 해보자 하고 시작한 것”이라며 결혼식 한 쌍 하는 데 사진값만 6000원 받았다. 구두, 드레스, 턱시도, 화장, 꽃, 장갑 다 무료로 해줬다”고 뜻을 전했습니다.

이에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LG의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의 아들은 "여기에는 아버지의 인생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영혼이 담겨 있고, 아버지의 철학이 담겨 있고. 땀과 꿈 그런 게 모두 스며들어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있지만 여기에도 소홀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감동을 줬습니다.

최씨 역시 허락된 시간이 얼마가 된들 예식장을 계속 운영할 생각이라며 "내가 안 도와줘도 우리 아들이 충분히 잘할 거다. 없는 사람들, 서민들 오시면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잘할 것"이라며 믿음을 보였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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