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본에서 순천만으로 돌아온 철새 '흑두루미' 1만 마리, 왜?
입력 2022-12-01 19:00  | 수정 2022-12-01 19:42
【 앵커멘트 】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순천만에 최근 멸종위기종인 철새 흑두루미 1만 마리가 날아와 장관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 시베리아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가서 겨울을 지내는데, 올해는 거꾸로 일본에서 다시 한국으로 날아왔다는데요.
이례적인 겨울 철새의 역 귀성, 어찌 된 일인지 정치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추수가 끝난 벌판에 셀 수 없이 많은 새떼가 앉아 있습니다.

머리와 목은 하얗지만, 날개와 몸통은 검은 흑두루미입니다.

천연기념물 228호이자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원래 흑두루미는 시베리아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 규슈로 날아가 겨울을 지냅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다시 거꾸로 순천만으로 날아오는 게 확인됐습니다.

▶ 인터뷰 : 황선미 / 순천시 순천만보전과 조류담당 주무관
- "(일본 서식지에) 흑두루미 폐사체가 900마리가 넘은 상황이고, 그로 인해 조사자들이 서식지에 들어가 조사를 했을 것이고, 환경에 민감한 흑두루미들이 그런 것을 피해서 순천만으로 오지 않았나…."

예민한 흑두루미가 조류인플루엔자를 피해 한국으로 돌아왔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전 세계 남은 흑두루미 수는 1만 8,000여 마리, 이 중 60%에 이르는 1만여 마리가 순천만에 찾아온 건 보기 드문 일입니다.

국제 NGO 단체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웬 웨이 / 세계자연기금 홍콩지부 조류 활동가
- "여기(순천만)에 이렇게 많은 철새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처음 이곳에 왔는데, 이렇게 1,000마리가 넘는 흑두루미떼를 보니 매우 놀랍고 감동입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낮 시간인데 흑두루미가 한참 먹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 논에 충분한 먹이가 있는 이유는 수확 시기에 농민들이 일부러 볍씨를 흘려 놓았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새를 내쫓았지만, 생태 관광이 활성화되자 상생을 선택했습니다.

2009년에는 새들의 비행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전깃줄을 땅에 묻고 전봇대도 뽑았습니다.

철새 서식지에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도록 지킴이 역할도 자처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서동원 / 순천만 흑두루미 영농단장
- "그것이 우리들의 할 일이고. 우리 철새 지킴이들이 마을을 대표해서 일하고 농민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기 때문에…."

조류인플루엔자가 퍼지면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순천만에서 흑두루미가 사라지면 지구상에서 더는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지적에 소중함이 커집니다.

이례적인 현상인 만큼 철저한 방역과 함께 서식지 환경 개선 등 철새와 인간이 공존하는 방안을 계속 찾아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pressjeong@mbn.co.kr]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김미현
그래픽 : 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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