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늘의 판결] '독직폭행' 최종 승자는? / 헬기 부숴도 책임 없다? / '강기훈 누명' 검사가 배상?
입력 2022-11-30 19:01  | 수정 2022-11-30 19:34
【 앵커멘트 】
오늘 눈여겨볼 만한 판결 살펴보는 오늘의 판결 시간입니다.
법원을 담당하는 우종환 기자 나와 있습니다.


【 질문 1 】
첫 번째 판결 볼까요? '독직폭행' 최종 승자는? 한동훈 장관 얘기네요, 누가 최종 승자입니까?

【 기자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졌다고 볼 수 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늘(30일) 대법원은 한 장관을 '독직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한 무죄를 최종 확정했습니다.


【 질문 1-1 】
독직폭행, 생소하면서도 많이 화제가 됐던 단어라 기억이 납니다, 정확히 어떤 사건이었죠?

【 기자 】
2년 전이죠, 당시 이른바 채널A 사건이 불거지면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었던 정 위원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었던 한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 했죠.

이 때 정 위원은 한 장관이 변호인과 통화하는 걸 허용해줬는데 한 장관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누르려는 걸 데이터 삭제 시도로 본 정 위원이 달려들면서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두 사람이 모두 바닥에 넘어질 정도로 실랑이가 이어졌는데 이걸 두고 한 장관이 정 위원을 '구속 업무를 할 수 있는 공무원이 직분을 저버린 폭행' 즉,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 질문 1-2 】
그런데, 그 독직폭행이 결국 아니라는 거잖아요, 이유가 뭔가요?

【 기자 】
쟁점은 정 위원에게 고의가 있었느냐입니다.

1심은 '있다'고 보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었죠.

하지만, 2심은 "휴대전화 확보과정에서 폭행 가능성을 인식했거나 위험성을 내심 마음속으로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고의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오늘 대법원도 2심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무죄를 확정한 겁니다.


【 질문 1-3 】
한 장관에게는 타격이 될 거 같은데 입장 나온 거 있습니까?

【 기자 】
한 장관은 "대법원 판결이니 존중한다"면서도 "잘못된 유형력 행사는 인정하면서 고의는 없었다는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또 어쨌든 법원도 당시 영장 집행 자체가 정당했다고 인정하는 건 아니니 정 위원 쪽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당시 채널A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이정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입장을 냈는데요.

이 위원은 "적법한 공무수행 중 부당하게 기소됐다가 무죄가 확정됐다, 이제 법무부와 검찰의 책임있는 사람들이 정 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질문 2 】
다음 재판 보겠습니다, 헬기 부숴도 책임없다? 무슨 내용이죠?

【 기자 】
13년 전인 2009년 쌍용차 점거 시위 건입니다,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당시 경찰이 집회 해산 과정에서 생긴 여러 가지 손해를 배상하라며 노조 측에 소송을 제기했었는데요.

대법원이 오늘 손해액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노조 손을 들어줬습니다.


【 질문 2-1 】
어떤 걸 배상해달라고 한 건가요?

【 기자 】
진압 도중 다친 경찰 치료비부터 파손된 장비 수리비까지 다양합니다.

경찰이 청구한 액수는 약 15억 원인데요, 이 중 헬기 파손과 기중기 등 중장비 파손이 14억 원 가량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당시 노조원들이 새총을 사용해 헬기를 파손한 비용이 7억 원, 기중기의 경우 민간업체에서 빌린 건데 파손에 따른 휴업보상비용을 청구한게 7억 원 정도입니다.


【 질문 2-2 】
말씀하신 대로 새총으로 쏴서 헬기를 파손시켰다면 배상해야 될 거 같기도 한 데 법원이 안 해도 된다고 한 이유는 뭔가요?

【 기자 】
헬기로 과잉진압을 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당시 경찰은 헬기를 저공비행시키면서 생기는 센 바람 '하강풍'을 일으켜 진압에 활용했고, 또 헬기에서 최루액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하강풍 전술이 통상의 방법에서 벗어났고, 최루액 역시 규정에 따른 발사방법을 쓴 게 아니기 때문에 위법한 진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른 새총 발사는 '정당방위'로 인정한 겁니다.

또 기중기 같은 고가의 중장비를 이용한 것 역시 통상의 진압방식에서 벗어난 만큼 손해액을 다시 판단하라고 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 질문 3 】
마지막 사건 보겠습니다, '강기훈 누명' 검사가 배상? 어떤 사건입니까?

【 기자 】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으로 알려져 있죠.

지난 1991년 당시 서강대 학생인 김기설 씨가 분신했는데 이를 두고 강기훈 씨가 유서를 대필한 뒤 자살을 방조했다는 죄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강 씨의 필체와 유서의 필체가 다름에도 필적감정을 위법하게 한 사실이 드러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건이죠.

강 씨는 이 건을 수사한 검사와 필적감정인, 그리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게 오늘 대법원 판단이 나온 겁니다.


【 질문 3-1 】
대법원의 판단 어땠습니까?

【 기자 】
결론은 국가만 배상책임이 있다입니다.

앞서 정부 측은 이 사건이 벌어진 1991년부터 24년이 지난 2015년에 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민법상 소멸시효인 10년을 지났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심으로 무죄가 확정된 2015년부터 시효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시효는 지나지 않았다, 즉 국가가 배상해줘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수사 검사와 감정인 개인에 대한 소멸시효는 1991년부터 그대로라고 보고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앵커멘트 】
잘 들었습니다, 우종환 기자였습니다. [woo.jonghwan@mbn.co.kr]

영상편집 : 양성훈
그래픽 : 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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