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47년 된 양양 사고 헬기, 지자체도 모르고 납품 받아
입력 2022-11-30 16:12  | 수정 2022-11-30 16:15
강원 양양 헬기 추락 사고 현장 감식 / 사진=연합뉴스
조달청이 확보한 헬기가 쇼핑몰에 올라오면 지자체가 선택하는 방식
헬기 선점에 급급해 노후 기종 여부는 뒷전

규모가 커지고 잦아지는 산불에 전국적으로 임차 헬기 수요가 매년 느는 추세지만 임차 계약 과정에서 비행기 사용 연수(기령)를 알 수 있는 정보 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7일 강원 양양에서 산불 계도 비행 중 추락해 탑승자 5명 전원이 사망한 헬기 역시 1975년 미국 회사 시코르시키가 제작한 S-58T 기종이었는데, 지자체는 사고 헬기가 47년 된 기종이라는 정보를 알지 못한 채 계약을 진행해 납품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전국 지자체에서 운용되는 헬기 중 이처럼 최고령급인 헬기가 강원도 외에도 많습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의 산림 헬기 47대 중 20년을 초과한 헬기는 31대(66.0%)였으며 30년을 초과한 헬기도 9대(19.1%)였습니다. 전국 임차 헬기 평균 연식은 34.8년에 달합니다.

임차 헬기 계약은 조달청이 민간항공업체와 계약을 통해 산불 진화용 헬기를 먼저 확보한 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올려놓으면 지자체가 이를 선택해 납품을 요구하는 식으로 이뤄지는데, 지자체별 임차 헬기 확보전이 치열해 노후 기종 여부는 선택 기준도 아니고, 제대로 알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헬기는 부품을 교체해 주면 계속 운용할 수 있어 따로 이용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기체의 안전성이 확보됐는지 1년에 한 번 확인하는 감항 검사를 통과하면 운항은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동안 헬기의 안전 운용 여부보단 지자체별 예산 규모에 맞는 헬기를 선점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강원 양양 헬기 추락 사고 현장 감식 /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국토교통부 누리집에 국내 항공기 기령 정보 등이 나와 있긴 하지만 조달청에 납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담당자들은 이를 알기 어렵고, 공급 여건이 열악한 데다 임차 헬기에 대한 지자체의 관리·감독 권한도 없거나 협력이 부실해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자체 임차 헬기 사고 현황'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최근까지 7년 동안 임차 헬기 사고는 7건 발생했습니다. 일례로 지난 2017년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도 산불감시용 임차 헬기가 추락해 기장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강원 양양 헬기 추락 사고를 계기로 임차 헬기 정보 제공 시스템을 개선하고 지자체의 임차 헬기 도입 시 국비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yanna11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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