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정치권 '성난 민심' 안 들리나
입력 2022-11-29 19:59  | 수정 2022-11-29 20:02
민유방본 본고방녕(民惟邦本 本固邦寧)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라는 뜻입니다. 영조는 이 여덟 글자를 직접 써서 관청마다 벽에 걸게 했죠.

1904년 고종 역시 공경과 신의로서 백성을 편안하게 하라며 이 글을 각 관청에 붙이게 했습니다.

'오직 민생, 민생제일, 국민의 뜻 무한책임'

요즘 여야가 각 당사 회의실과 국회 내 원내대책회의 때 걸어두는 글귀입니다. 그런데 와 닿으십니까.

한국갤럽 조사 결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호감도는 28%로 2년 만에 30%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비호감도는 무려 64%에 달했죠.

야당인 민주당도 웃을 일이 아닌 게, 호감도 32%에 비호감도 59%로, 여야가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었습니다. 갤럽이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국민 3분의 1 이상의 호감을 얻은 정당이 하나도 없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왜일까요. 저렇게 배경 현수막을 걸어놓은 건, 자기들이 그렇게 국민을 위하겠다는 게 아니고, 보여주기 위한 것뿐이란 경험이 이젠 쌓였거든요.

그들이 정쟁하는 건 자신들이 다음 정권을 잡을 수 있을까, 다음 총선에 자신들이 또 뽑힐까에 관심을 쏟기 때문이란 걸 국민이 이제 다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뒤에 적어 놓는다고 다 지킬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영조와 고종은 뒤에 무슨 말이 쓰여있는지는 잘 알고 있었을 듯합니다.

우리 정치권, 각 의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 여러분 뒤에 걸려있는 현수막에 뭐라고 적혀있는지 아십니까. 여러분이 보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런 것 처럼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제발 걸어만 두지 말고,
오고가며 하루 한 번씩만 읽어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배경 현수막은 국민 보라고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여러분 자신들 보라고 적어 놓은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정치권 '성난 민심' 안 들리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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