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동산 핵심클릭] 무너지는 '10억 아파트' 클럽, 그리고 통계의 함정
입력 2022-11-27 11:00 
경기 안산시 상록구 일대


작년 이맘때엔 부동산 시장에서 변방으로 불리는 경기 안산시에서도 '국평'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실거래가가 10억 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아파트 고층으로 입주가 가능한데도 8억 원에 나와 있는 매물이 있습니다. 1년 만에 정확히 20% 가격이 내려갔습니다.

이곳만 그런 게 아닙니다. 지금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 속에 남양주와 시흥, 김포시 등에서도 10억 원을 넘는 국민평형이 연이어 등장했고, 파주와 평택 등 경기 외곽권에서도 10억 원 턱밑까지 치고 올라가는 사례가 잇따랐습니다. 하지만, 무섭게 치솟는 금리와 함께 1년 만에 그야말로 '옛말'이 됐습니다. 7~8억 아니, 심지어 급급매는 6억 원대에도 매물이 나오는 등 '10억 아파트 클럽'에서 속속 탈퇴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서도 수요가 상대적으로 약한 외곽 지역부터 직격탄을 맞아 집값이 2년 전, 더 나아가 3년 전으로까지 돌아가는 겁니다.

서울 역시 1년 전 '10억 클럽'에 가입했던 전용면적 59㎡ 아파트들이 외곽부터 줄줄이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서울 내발산동의 한 전용면적 59㎡ 아파트는 지난 9일 8억 6천만 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8월에는 실거래가가 12억 원까지 치솟았던 단지입니다. 1년 3개월 만에 3억 4천만 원이 하락한 겁니다. 관악구에서도 전용 59㎡가 12억 원에서 8억 7천만 원으로, 성북구에선 10억 6,700만 원에서 3억 하락해 7억 6천만 원에 손바뀜이 이뤄졌습니다.

서울이고 경기권이고 1년여 만에 아파트값이 2~30% 하락했다는 얘기인데, 정부 공식 주택가격 조사기관인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11월21일 기준으로 아파트 가격은 올초 대비 전국적으로 4.12%, 수도권 5.35%, 서울 4.11% 하락했다고 합니다. 주택가격 하락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시작된 만큼 대부분 반영됐다고 봐야 하는데, 지난 수개월간 역대급으로 실거래가가 하락한 주요 단지들에 비하면 하락폭 수치가 매우 미미한 수준입니다.


현장과 통계는 왜 차이가 큰 걸까요? 현장에서는 인근에서 크게 하락한 거래가 발생하면 주변 아파트들의 매물 시세가 이에 맞춰 조정이 이뤄지지만, 통계에선 주변으로 번지는 효과가 즉각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통계에 반영되는데 시차가 있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급급매만 간혹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에선 현장과 통계의 격차가 더 심해집니다.

문제는 정부의 시장 평가나 대책 수립이 부동산원 통계를 기본으로 한다는 겁니다. 현장에서는 서울도 줄줄이 10억 아파트 클럽에서 이탈하는 등 거래 침체가 심각한데, 통계상으론 하락폭이 크지 않으니 규제를 완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책 역시 통계만 믿다간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것으로, 시장 진동폭이 클수록 정부 대책이 시장 상황을 적시에 반영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집니다. 부동산원이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주택 표본수를 늘렸음에도 추가 보완 작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국은행은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사상 첫 6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시장 침체는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정부의 '시의적절한 대책'을 기대해 봅니다.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

한국부동산원 대구 본사 전경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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