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배달하러 29층 걸어 올라갔는데 무슨 날벼락"...배달 기사 징계 위기
입력 2022-11-20 14:26  | 수정 2022-11-20 14:35
배달 기사. / 사진=연합뉴스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걸어 올라갔으나 손님 주문 취소
겸업 금지에 따른 징계 조치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아파트 29층까지 걸어서 음식을 배달했다가 배달이 늦었다는 이유로 손님이 취소 요청을 해 다시 계단으로 올라가 음식을 회수한 한 배달 기사의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 29층 사건의 라이더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 A 씨는 배달 일이 본업이 아니고 개인 대출을 갚기 위해 시작한 지 일주일 된, 자전거를 이용하는 신입 기사”라고 밝혔습니다.
징계 위기에 처한 한 배달 기사의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A 씨는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 아파트 안으로 진입할 수 없었고, 집 호수를 눌러 호출했으나 응답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손님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이마저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배달 관리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옆 단지로 배달하러 갔다"고 전했습니다.

A 씨는 옆 단지 배달을 마치고 돌아와 손님에게 재차 연락했지만, 또다시 연락이 되지 않았고, 끝내 가게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에, 가게 사장은 A 씨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요청했고, 배달 관리자도 손님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A 씨는 "마냥 기다릴 수 없어 29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갔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는 계단을 올라가던 중 배달 관리자로부터 "손님이 계단으로 올라오라고 했다"는 내용을 전달 받은 뒤 그에게 "올라가는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배달을 완료한 A 씨는 배달 음식을 취소하겠다는 손님의 요청을 받고 배달 음식을 회수하기 위해 29층까지 다시 걸어 올라갔습니다.

A 씨는 "제게 온 손님의 첫 연락은 (음식 배달 완료 후) 계단을 내려갈 때, 14층과 15층 사이쯤이었다"며 "전화의 내용은 '주문 취소했으니 다시 와서 음식 가져가라'였다. 그래서 다시 올라가 음식을 회수해 가게에 드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이번 일이 알려지면서 A씨가 징계 위기에 처헀다는 점입니다.

그는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출을 받았고, 상황이 힘들어져서 이중 취업을 했다"며 "본업은 겸직이 안 돼 회사에서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어떤 사유로 손님이 주문 취소했는지, 가게 사장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그저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려던 게 이런 상황이 됐고, 저까지 논란의 중심이 된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끝으로 A 씨는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저 또한 누군가의 딸인 것처럼 어른들의 문제에 아이들이 피해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제게 주어진 일에 대해 최선을 다했을 뿐임에도 사실과 다른 추측성 댓글로 제게 잘못이 있다는 말조차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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