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로나 한창일 때로 돌아가"…참사 앞, 생계 토로하는 이태원 상인들
입력 2022-11-18 09:37  | 수정 2022-11-18 09:45
인파 없이 한산한 이태원 거리/사진=연합뉴스
이태원역부터 해방촌, 경리단길까지 '휑'
이태원 전체가 안전하다는 인식 생겨야

지난 12일 저녁,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이태원 거리는 인적 없이 한산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말마다 대기 줄이 길어 '웨이팅 맛집'이라 불리던 브런치 집은 손님이 앉은 곳보다 비어있는 곳이 더 많았습니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난 이후 이태원역과 세계음식문화거리 일대뿐 아니라 해방촌 등 주변 상권까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모두 해제되며 몰려올 손님을 대비해 준비한 식자재는 냉장고 한쪽에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평소 손님이 가득하던 인기 카페의 사장 김모 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 그나마 근처 주민들이 와주고 배달 앱(주문)이 있어서 낫지만, 오래가면 버틸 재간이 없다"는 심정을 전했습니다.

이태원동에 사는 직장인 정모 씨는 "주말 밤에 집에 돌아올 때 보면 가게마다 사람이 들어차 있었는데 지금은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이 보인다"며 "지난 주말 해방촌의 유명 피자집에 갔더니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어서 놀랐다. 줄 서서 먹는 맛집으로 소문난 근처 고깃집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시청 중인 이태원 상인/사진=연합뉴스

해방촌의 음식점 사장 B(60) 씨는 "사람들은 '이태원' 하면 이태원역과 해방촌, 경리단길까지 함께 묶어서 생각한다"며 "일종의 코스처럼 해방촌에서 술을 마시다 이태원역에 가기도 하고 그 반대로 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경리단길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50대 C씨도 "주민들이야 사고가 난 동네와 이 동네가 거리가 있다는 걸 알지만, 놀러 오는 사람으로서는 다 같은 이태원"이라며 "최소한 연말까지는 근처 상권이 모두 죽어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참사가 나 무거워진 상인들 마음에 생계라는 돌덩이가 얹어진 셈입니다. 참사가 일어났는데 '장사'를 언급하기가 죄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어떤 계기가 생겨 상권이 죽기 시작하면 손 쓸 틈 없이 무너지곤 한다"며 "참사에 대한 애도 분위기가 가라앉고 사람들이 이태원 전체가 안전하다고 인식해야만 인근 상권이 살아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도 "이태원이 가진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대체할 만한 곳이 서울에 거의 없다"며 "시간이 꽤 걸리기는 하겠지만 가기 꺼려지는 마음만 극복된다면 다시 사람들이 찾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현장 찾은 국민의힘 소상공인위원회 위원장 최승재 의원/사진=연합뉴스

한편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상공인위원회는 지난 16일 '이태원 소상공인 지원 대책 마련 간담회'를 열고 상인들의 상황을 살폈습니다.

당일 최 의원을 만난 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 이후 2년간 문을 닫다시피 하다 다시금 활기를 찾으려나 했는데 얼마 안 돼서 (이렇게 됐다)"며 "많은 분이 사망하셔서 목소리를 내기도 조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최 의원은 간담회가 종료된 후 상인들이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 때문에 말은 못 해도 당장 월세는 나오고 직원 월급을 줘야 하는 게 현실인데 그 얘기를 하면 마치 참사를 소홀히 다루는 사람처럼 비칠까 봐,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걱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이번 주 중 당 차원에서 영업환경 악화로 수입이 감소한 이태원 상인들을 지원하는 소상공인기본법 개정안을 발의, 다음 달 정기국회 기간 내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현행 소상공인기본법에 따르면 재난 피해를 지원할 시 '심대한 영업 피해'를 입었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소상공인은 지자체에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재해 중소기업 확인증을 발급받아 융자 조건을 완화한 경영자금 지원 혜택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의 경우 현행법에서 의미하는 피해 대상에 해당하는지가 불명확해 확인증을 발급받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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