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멤버 유지' 풍자만화 전시 제외 논란…"민감한 이슈 고려"
입력 2022-11-16 10:50  | 수정 2023-02-14 11:05

최근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만화만 문화체육관광부 보조금을 받는 축제의 부대 전시회에서 제외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5일 동안 열린 제 24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이 축제에서는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가 주관하는 부대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만화가 오창식 씨는 이번 전시회 용으로 한 남성이 강아지를 쓰다듬는 만화를 그려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KBS 등 보도에 따르면 총 출품작 50여 점 가운데 유일하게 오 씨의 작품만이 전시 불허 판정을 받았습니다.


오 씨의 작품을 보면 작품 속 남성은 '썩열'이라는 글씨가 적힌 옷을 입고 '견찰 YUJI(유지)'라고 말하며 왼손으로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습니다. 바로 옆 개집에는 '국민대'를 연상케 하는 '궁민대' 글자가 적혀 있으며 개집 위에 올라가 있는 강아지 옷에는 김건희 여사의 이름을 연상케 하는 '거니'가 새겨져 있습니다. 개밥그릇에 담긴 물체는 '논문 YUJI'라는 글자가 쓰였습니다.

오 씨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권력에 좌우되는 경찰과 논문 표절 논란을 풍자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전시 주최 측인 학회 관계자는 오 씨 작품에 대한 전시 불허 사유로 "최근 '민감한 이슈'들이 있었던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전시 장소도 협소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민감한 이슈'는 '윤석열차' 논란입니다. 앞서 제 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는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인 '윤석열차'가 전시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 고등학생이 그린 해당 작품을 보면 열차 앞머리 쪽에는 윤 대통령의 얼굴이 걸려있으며 열차 조종석에는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탑승해있습니다. 그 뒤로는 검사들이 손에 칼을 들고 열차가 가는 길에는 시민들이 놀라 도망치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인 만화영상진흥원이 학생을 대상으로 연 공모전에서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이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고 경고했습니다.

당시 문체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비록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긴 하나, 국민의 세금인 정부 예산 102억 원이 지원되고 있고, 이 공모전의 대상은 문체부 장관상으로 수여되고 있다"며 "문체부는 이 행사의 후원명칭 사용승인을 할 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승인 사항 취소'가 가능함을 함께 고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도 문체부에서 국고 보조금을 지원 받는 행사입니다. 문체부는 이번 전시 불허 사실에 대해 전혀 보고 받은 바가 없고, 사전에 개입한 일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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