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초동에서] 이재명 전방위 압박…수사 공정성·중립성은?
입력 2022-11-12 11:00  | 수정 2022-11-12 11:40
제프리 버먼 전 뉴욕남부지검장
여론조사 결과 "정당한 수사" 48%…"정치적인 수사" 41%
검찰 내부는 외부 시선과 온도 차…"표적 수사 성립 안 돼"
◇ 정치권 수사, 어느 나라에서나 '공정성과 중립성' 시비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은 '당위적'인 면에서 검찰이 포기할 수 없는 핵심적인 가치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인지 종종 의구심이 듭니다. 특히 정치권 또는 특정 진영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 중립성에 대한 거센 공방을 피할 수 없습니다. 비단 한국만의 얘기도 아닙니다.



2020년 6월 미국 법무부는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 연방검사장을 해임했습니다. 버먼 전 검사장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직접 면접까지 보고 낙점한 인사입니다. 하지만, 2018년 1월 취임한 버먼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을 향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자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정치적 외압'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 "정당한 수사" 48%…"정치적인 수사" 41%

현재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이번 주에는 서울중앙지검이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재판에 넘기고, 정진상 당 대표 정무실장을 압수수색하며 검찰의 수사가 이 대표의 턱밑까지 올라왔습니다. 이 대표는 '정치보복'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수사는 중립성을 잘 지키고 있을까요?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대장동 개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이재명 대선 캠프 인사들을 수사하고 있다. 이번 검찰 조사를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라는 물음에 '부패범죄에 대한 정당한 수사'란 응답이 48%에 달했습니다. 반면 '제1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정치적인 수사'란 반대 의견은 41%를 기록했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곳이 격주로 2곳씩 공동 실시, 발표하는 전국지표조사(NBS)의 이번 달 첫째 주 결과입니다. (지난 10월31일~11월2일·전국 성인 최종 1,005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무선전화 가상번호 100% 전화면접·응답률 16.0%·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근 몇 년 간 서초동은 정치권 대립의 최전선으로 자리 잡으면서 양분돼왔는데,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한 양상이라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 정권 초면 되풀이되는 반대 진영에 대한 수사

사실 전 정권에 대한 수사는 새로운 레퍼토리도 아닙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지난 6월 자신의 SNS에 "새로 들어선 정부가 가장 쉽게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은 과거 정권의 잘못에 대한 단죄"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지지자들이 좋아하고, 아이템을 잘 선정하면 야당 지지자들도 반박하기 어려워한다"며 "그러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적폐청산'이 벌어진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런데 매번 되풀이되는 전 정권 수사지만 특히 이번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는 바로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사실상 대선에 직행했기 때문입니다. 전례 없는 행보에 많은 법조인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검찰 수사의 최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이 바로 정치권으로 가면 그동안 했던 수사의 중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또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시민들은 이전 어느 정권보다 권력과 검찰의 거리가 밀접하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검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강약약강'을 꼽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측면에서 검찰은 예전보다 불리한 여건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 검찰 내부는 외부 시선과 온도 차…"표적 수사 성립 안 돼"

검찰 내부 목소리를 들어보면 억울한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정치 보복 프레임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단언했습니다.



"상당수는 민주당의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지난 정부부터 오래 이어져 온 내용입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소위 보복이나 표적 수사의 프레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구도입니다" (2022년 10월 6일)


실제로 '대장동 개발 의혹'은 민주당 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언론을 통해 처음 제기됐고, 여러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 잇따르며 검찰이 수사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 한 검사는 "승진을 앞둔 지휘부는 정권의 눈치를 볼 수도 있겠지만, 실제 수사를 이끄는 평검사들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공수처도 생기고 최근 계속된 정권 교체 이후 검사들이 수사 대상이 되는 걸 봐 왔기 때문에 지휘부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이에 따르지 않고 업무수첩에 일일이 기록하는 분위기"라며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대통령이 지시해서 검찰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건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신속하게 수사 마무리해야" 조언

하지만,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엄연한 현실입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원지검 수사를 보면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얘기가 나오더니 그 얘기는 쏙 들어가고, 갑자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도지사가 구속되고, 아태협의 북한 송금 얘기가 나온다"며 "항상 문제로 지적받아온 먼저털이식 수사와 다를 게 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어떻게 해야 할지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에게 물었습니다. 이 변호사는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 구조에서 정권 첫해 이른바 적폐 수사를 하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대신 민감한 수사들은 가급적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내년이 되면 검찰 본연의 민생 사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해피격·강제북송 사건은 수사가 거의 넉 달째 진행 중입니다. 야권에서 과잉수사라고 반발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가 석 달 정도 진행됐음을 고려하면 수사가 상당히 지연되고 있는 겁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민주당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처분이 지연되면서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며 어느 방향이든 처리하고, 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설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성식 기자 mods@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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