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文 "풍산개 무상 양육에 오히려 고마워해야…부담되는 일이었다"
입력 2022-11-10 08:35  | 수정 2023-02-08 09:05
문재인 전 대통령 / 사진 = 매일경제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논란, 감사하겠다고 나설지도"
"풍산개 원위치시키는 것이 가장 간명한 해결책"
"이처럼 작은 문제조차 흙탕물 정쟁으로 만들어버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풍산개 파양' 논란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지만 법적인 근거가 없고, 지금의 감사원이라면 이 논란으로 대통령기록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으니 풍산개를 원위치시켜 현 정부가 관리하게 하면 된다는 것이 문 전 대통령의 입장입니다.

문 전 대통령은 9일 저녁 공식 SNS를 통해 가장 먼저 정권이 바뀌면서 북한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난관에 봉착했던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하게 되었을 때 청와대,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은 고심했다. 반려동물이 대통령기록물로 이관된 초유의 일이 생겼고, 대통령기록관은 반려동물을 관리할 수 있는 인적·물적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선물 받았던 풍산개가 시간이 흐른 후 서울대공원에 맡겨진 것에 대해 반려동물에게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그 같은 방식의 관리는 적절하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에도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관리를 위탁 받아 풍산개 양육을 이어갔고, 윤석열 정부에서 빠른 시일 내에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을 하기로 세 기관이 협의하게 됐습니다. 대통령기록물을 국가기관이 아닌 제 3자에게 관리위탁할 수 있는 명시적인 근거 규정을 마련하기로 한 겁니다.

사진 = 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은 "관리 위탁 후 사후에 근거 규정을 갖추기로 처리할 수 있었던 건 (당시) 윤석열 당선인이 반려동물을 키우던 사람이 계속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해준 덕분이었다"면서도 "현 정부는 지난 6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결국 개정이 무산되었고 퇴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명시적인 근거 규정의 부재가 잠시가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통령기록물인 풍산개 3마리를 전임 대통령이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대통령기록물법에 위반된다는 논란의 소지가 생긴 것이고, 그 같은 상태가 길어질수록 논란의 소지가 더 커질 것"이라며 "지금의 감사원이라면 언젠가 대통령기록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렇기에 풍산개들을 원위치시켜 현 정부의 책임으로 적절한 관리 방법을 강구하면 된다는 게 문 전 대통령이 제시한 해결책입니다.

수컷 ‘송강(왼쪽)이는 2017년 11월생, 암컷 ‘곰이는 2017년 3월생 / 사진 = 청와대 제공


문 전 대통령은 "그런데 모 일간지의 수상한 보도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문제를 지저분하게 만들어 버렸다"며 "왜 우리는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이처럼 작은 문제조차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흙탕물 정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인지, 이 어려운 시기에 그렇게 해서 무얼 얻고자 하는 것인지 재주가 놀랍기만 하다"고 비꼬았습니다.

아울러 "사료 값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양육에 소요된 인건비와 치료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퇴임 대통령이 부담해온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며 "심지어 풍산개들을 양산으로 데려오는 비용과 대통령기록관이 지정한 장소로 데려다 주는 비용까지 모두 부담했으니, 지난 6개월 간 대통령기록물인 반려동물들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별도로 개 2마리, 고양이 1마리의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었기 때문에 풍산개 3마리의 양육을 더 맡는다는 것이 지원이 있다 해도 부담되는 일이었지만 그동안 키워온 정 때문에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감당해보기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입양이야말로 애초에 내가 가장 원했던 방식이다. 반려동물들이 명실상부하게 내 소유가 되어 책임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현행법상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물에서 해제하여 소유권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다.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는 것을 밝혀둔다"고도 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제 그만하자. 내게 입양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현 정부가 책임지고 반려동물답게 양육관리하면 될 일"이라며 "반려동물이 대통령기록물이 되는 일이 또 있을 수 있으므로 차제에 시행령을 잘 정비해두기 바란다"고 조언했습니다.

앞서 평산마을 비서실을 통해 입장을 전한 이후 논란이 더 커지자 직접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평산마을 비서실은 '풍산개 반환에 대한 문 전 대통령 비서실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행안부는 일부 자구를 수정하여 재입법예고 하겠다고 알려왔으나 퇴임 6개월이 되는 지금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의 반대가 원인인 듯 하다"며 "큰 문제도 아니고 이런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까지 드러내는 현 정부 측의 악의를 보면 어이없게 느껴진다"고 대통령실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통령실은 "사실과 다르다"며 문 전 대통령 입장을 반박했고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기록관 소관으로서 행안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가 협의 중에 있을 뿐 시행령 개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라면서 "시행령 입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것은 전적으로 문 전 대통령 측 판단일 뿐 현재의 대통령실과는 무관하다"고 문 전 대통령 측을 탓했습니다.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왼), 홍준표 대구시장(오) / 사진 = 매일경제


여권에서는 '양육비 문제'로 풍산개를 파양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겉으로는 SNS에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면서 관심 끌더니, 속으로는 사료 값이 아까웠느냐.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다. 개 사료 값이 아까워 세금 받아가려는 전직 대통령을 보니, 무슨 마음으로 국가를 통치 했는지 짐작이 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개 3마리도 건사 못하면서 어떻게 대한민국을 5년이나 통치 했느냐. (풍산개를) 김정은 보듯 애지중지하더니, 사료 값 등 나라가 관리비 안 준다고 이젠 못 키우겠다고 반납하려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문 전 대통령 측과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양측은 지난 8일 오후 대구 경북대병원 동물병원에서 만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인수인계했습니다. 대통령기록관은 "풍산개를 맡아 관리할 기관, 관리 방식 등을 검토·협의 중"이라며 "관리 기관이 결정되면 풍산개를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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