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태원 참사' 호주 생존자…“이번 사건은 경찰력·응급 서비스 부족 문제"
입력 2022-11-01 15:13  | 수정 2022-11-01 15:14
이태원 참사로 친구를 잃은 호주 국적 네이선 타베르니티(24) / 사진 = 호주9뉴스
생존자 친구인 그레이스, 24번째 생일을 앞두고 이태원 방문했다 참변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사망한 호주인 그레이스 래치드(23)의 친구 네이선 타베르니티는 "이번 사건은 사고 예방과 경찰력, 응급 서비스가 부족해 벌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31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호주9뉴스 등에 따르면 타베르니티(24)는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참사는) 술 때문에 야기된 사건이 아니다. 폭주하는 일은 없었다. 천천히 고통스럽게 일어났다”라며 이같이 비판했습니다.

그의 친구 그레이스 래치드(23)는 타베르니티를 만나기 위해 호주 시드니에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지난 29일 그레이스의 24번째 생일을 앞두고 또 다른 친구 2명과 함께 이태원을 방문했고, 그레이스는 압사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와 함께 있던 다른 친구 2명도 현재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일행은 사고가 발생한 골목에 서 있다가 밀려 들어오는 인파에 휩쓸렸고, 압박을 온몸으로 버티다가 결국 좁은 공간에 갇혔습니다. 사람들 틈에서 선 채로 숨이 천천히 막혀왔습니다.


타베르니티는 숨 막히는 혼돈 속에서 그레이스가 숨을 쉴 수 없다며 고통스러워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는 나중에 나는 겨우 기어서 탈출할 수 있었다. 친구를 구하고 싶었지만 구하지 못했고, 친구가 정신을 잃을 때 그녀의 손을 꽉 잡았지만 맥박이 없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내 친구가 수많은 사람과 함께 죽어가는 동안 (옆에서) 촬영하고 노래하고 웃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봤다”며 경찰의 수가 충분히 많지 않아 그들을 멈추게 할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뒤로 물러나세요. 사람들이 죽어가요라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라고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CPR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의료진이 아니어도 누구든지 바닥에 누운 사람들에게 CPR을 하고 있었다”며 "경찰과 구조대가 도착한 뒤에도 혼란스러운 상황은 정리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또 친구 곁에 있고 싶었지만, 경찰이 저지했다. 숨진 친구가 들것에 실려 가는 것을 봤지만 이후부터는 소재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이후 참사 다음 날 한남동에 마련된 실종신고센터를 찾아 눈물을 흘리는 타베르니티의 모습이 외신들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레이스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그레이스는) 멋진 천사였다"며 "항상 미소로 주위를 밝혀준 아름다운 천사 그레이스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애도했다. 그러면서 "그레이스는 항상 다른 사람들을 배려했고, 그녀는 모두에게 사랑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이 끔찍한 비극에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며 "서울에 있는 모든 호주인들에 가족과 친구 등의 안부를 점검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 오전 11시 기준 이태원 사고 인명 피해가 30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사망 156명, 부상 151명입니다. 이중 외국인은 26명이며, 사망자의 국적은 이란 5명, 중국·러시아 각 4명, 미국·일본 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iyoungkim47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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