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건축 앓던 이 빠졌다"…은마 내년 3월 조합 추진
입력 2022-10-19 19:58  | 수정 2022-10-19 23:48
19일 서울시 재건축 심의를 통과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경. [매경DB]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조합 추진을 위한 길이 열리면서 다른 서울 재건축 대장주 단지들 사업에도 훈풍이 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매매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존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는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가격 반등 요인이 될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일 오후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직후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분주한 분위기였다. 한 공인중개사는 "한동안 끊겼던 매수 문의 전화가 조금씩 오고 있다"며 "동시에 매도자들에겐 호가를 올리겠다는 연락이 온다"고 했다. 이 중개사는 다주택자인 매도자가 급매로 19억원에 내놓은 물건이 있었는데 계획안이 통과되자 호가를 1억원 올렸다고 전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재건축 시장의 앓던 이가 빠졌다"며 "서울 지역 재건축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는 상징적 의미"라고 이번 결과를 평가했다.
은마아파트는 199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왔지만 집값 상승을 우려한 역대 정부·서울시의 강력한 규제와 입주민 간 거듭된 반목 탓에 재건축 추진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2010년 '4수' 끝에 안전진단을 통과한 은마아파트는 이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층수 규제 탓에 재건축 절차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입지가 좋은 대규모 단지일수록 재건축사업 수익성이 높은데, 재초환으로 수익성이 줄어들면 사업성 역시 감소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초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49층 높이로 신규 아파트를 지으려고 했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35층 층고 제한'을 도입한 이후 정비계획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재건축을 늦게 추진한 개포주공은 사업이 이미 끝나고, 강남의 다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조합 설립을 마쳤는데 은마아파트만 조합 설립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재건축이 지지부진하면서 시세 역시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였다. 은마아파트는 전국적인 대세 상승기에는 여타 서울 단지들과 마찬가지로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8월 전용면적 84㎡는 27억8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같은 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은마아파트는 11월에도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용 84㎡의 경우 직전 거래가보다 4000만원 높은 28억2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당시 여야 대선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용적률 상향,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등 재건축 활성화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본격 대세 하락 국면에서는 은마아파트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9월 전용 84㎡의 경우 25억원에 손바꿈했다.
하락장을 피하지 못했지만 조합 설립을 위한 마지막 문턱을 통과해 재건축사업에 속도가 붙으면 시세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다는 점과 사업비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예전 같았으면 이런 소식만으로도 강남 일대 재건축 단지 가격이 1억~2억원씩 올라갔을 텐데 요즘 분위기에서 다른 단지들도 이 같은 반등이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당장은 초급매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바뀌겠지만 실제 거래가 이어질지는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은마아파트 호가가 단기적으로는 강세를 보일 순 있지만 현재 금리가 너무나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어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라며 "조정장 자체를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재건축 단지 사업 추진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다. 서울에서는 은마아파트뿐만 아니라 강남구 압구정 일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 단지 등이 대표적인 '재건축 대장주'로 꼽힌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단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규제 때문에 재건축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추진을 위한 길이 열린 만큼 다른 단지들의 기대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 원장은 "여의도나 목동의 다른 재건축 아파트들 가격도 은마아파트 사례를 보고 급격히 떨어지거나 하진 않을 듯하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 이희수 기자 / 이석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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