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000만원車 살때 세금만 5400만원…전기차는 '0', 보조금 따윈 필요없어 [왜몰랐을카]
입력 2022-10-18 19:36  | 수정 2022-10-18 20:08
폴스타3 세계 최초 출시 현장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중앙역 앞. 자전거 통근·통학이 일상인 덴마크에서 자동차 통행량이 그나마 많은 곳이다.
지난 12~13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쳐 출근 시간대인 8시 전후로 30분 남짓 도로를 달리는 차량을 살펴봤다. 폭스바겐 ID3와 ID4, 테슬라 모델3와 모델Y, 벤츠 EQB, 기아 EV6, 현대차 아이오닉5와 코나EV 등 다양한 전기차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한산한 코펜하겐 도로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덴마크는 인구수는 588만명, 국토는 한국의 절반 크기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민 총소득은 6만3000달러에 달하는 부국이다. 행복지수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집에서든 밖에서든 번잡하고 화려한 생활보다는 소박하고 편안하며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휘게(Hygge)'의 나라답게 자연친화적인 지속 가능성에도 관심이 높다.
덴마크가 '자전거 천국'이면서 '유럽 전기차 메카'가 된 이유다. 덴마크는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을 거치면서 에너지 절감, 국민 건강 증진. 환경 보호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자전거에 중점을 둔 '두 바퀴'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석유를 쓰고 이산화탄소와 같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네 바퀴' 자동차에 가혹한 환경이 된다.
가솔린·디젤차엔 지옥, 전기차엔 천국

코펜하겐 거리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덴마크는 유럽에서 자동차 구입비용이 많이 드는 나라다. 가솔린·디젤차를 구입할 때는 석유 수입을 줄이기 위해 등록세로 차 가격의 최대 180%를 더 내야 한다.
단순 계산할 경우 3000만원짜리 차를 사려면 세금 54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만 8400만원에 달한다.
현대차 쏘나타를 살 때 제네시스 G80 가격에 해당하는 돈을 세금으로 지불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비 구간에 따라 세금을 또다시 내야 한다. 자동차 보유 자체가 부담이 된다.
대신 전기차에는 우호적이다. 5년 전인 2018년부터 덴마크 정부는 2030년까지 석유를 사용하는 차량의 판매를 중단한다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폴스타2 [사진출처=폴스타]
가솔린·디젤차에는 세금폭탄을 부과하지만 석유로 달리지 않는 전기차에는 '세금 제로(0)' 혜택을 줬다. 전기차 보조금도 없지만 최대 180% 세금을 내지 않는 게 더 나은 혜택이 된다.
그 결과, 지난해 새로 팔린 차 5대 중 1대는 전기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 전기차 전환율이 노르웨이 다음으로 높다.
전기차 충전소도 인구 60만명에 불과한 코펜하겐의 길거리 곳곳에 설치됐다. 충전소 애플리케이션 없이도 될 수준이다.
시내에서도 걸어서 5~10분 이내 바로 쓸 수 있는 충전기기를 찾을 수 있다. 덴마크에서는 주유소보다 충전소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충전에 사용하는 에너지도 상대적으로 친환경이다. 산유국이지만 석유나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다. 해상풍력 선두 국가로도 유명하다.
신생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완전 신차' 폴스타3를 고향 스웨덴 대신 덴마크에서 세계 최초 공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덴마크는 전기차 브랜드에는 매력적인 '새로운 천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덴마크에서 폴스타 판매대수가 증가세를 기록한 것도 한몫했다.
자국 자동차 브랜드가 없는 덴마크에서는 특정 브랜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볼보 출신이지만 신생 전기차브랜드인 폴스타에는 유리한 환경이다.
덴마크 전기차 판매 1위는 폭스바겐

덴마크 전기차 판매 1위인 폭스바겐 ID.4 [사진출처=폭스바겐]
유럽 주요 14개국 전기차 판매량을 집계하는 'EU-EVs'에 따르면 지난해 덴마크 전기차 판매 1위 브랜드는 폭스바겐(5164대)이다.
그 다음 테슬라(3431대), 현대차(2443대), 아우디(1863대), 기아(1672대), 벤츠(1163대), 포드(1066대), 르노(973대), 스코다(959대), 폴스타(730대) 순이다.
가장 많이 판매된 전기차는 폭스바겐 ID.4(2668대)다. 테슬라 모델3(1905대), 폭스바겐 ID.3(1733대), 테슬라 모델Y(1524대), 아우디 e트론(1518대), 현대차 코나(1171대), 포드 머스탱 마하E(1066대), 현대차 아이오닉5(1015대)도 1000대 이상 팔렸다.
폴스타3 [사진출처=폴스타]
올 들어서는 브랜드별 격차가 줄어들었다. 10월17일 기준으로 폭스바겐(2782대)이 여전히 1위, 테슬라(2172대)가 2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보다 판매대수는 줄었다.
스코다(1803대), 아우디(1577대), 벤츠(1377대), 기아(1178대), 현대차(1104대), 포드(1038대), 폴스타(990대), BMW(812대), 볼보(745대)가 그 뒤를 이었다.
판매 1위 전기차는 스코다 엔야크(1801대)다. 2위는 테슬라 모델Y(1618대), 3위는 아우디 e트론(1202대)이다.
그 뒤를 폭스바겐 ID.4(1099대), 포드 머스탱 마하E(1038대), 폴스타 폴스타2(990대), 폭스바겐 ID.5(923대), 볼보 XC40 리차지(668대), 기아 EV6(668대), 현대차 코나(635대), 테슬라 모델3(553대)이 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폴스타2, 폭스바겐 ID.5, 볼보 XC40 리차지, 기아 EV6가 새로 판매 톱10에 진입했다.
폴스타 스페이스 코펜하겐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덴마크에서 판매 증가세에 고무된 폴스타는 올해 전시공간 '폴스타 스페이스 코펜하겐'을 열었다. 한국에서처럼 100% 온라인으로 판매하지만 더 많은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필요해서다.
이곳 직원들은 폴스타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슈퍼 SUV인 폴스타3에 대해 기대가 크다. 폴스타2에 이어 볼보 고성능 브랜드 시절부터 폴스타가 타도 대상으로 겨냥한 포르쉐보다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자부해서다.
폴스타3는 카이엔과 비교해보면 넉넉하고 힘도 더 세다. 폴스타3 전장x전폭x전고는 4900x2120x1627mm다. 카이엔은 4920x1985x1655mm다. 폴스타3가 좀 더 날렵하다.
휠베이스는 폴스타3가 2985mm, 카이엔이 2895mm다. 폴스타3 실내공간이 더 여유롭다는 뜻이다.
힘도 강력하다. 폴스타3와 카이엔의 최고출력은 각각 489마력과 347마력이다.
고성능 판단 요소인 제로백(시속 0→100km 도달시간)은 각각 5.0초와 6.2초다. 폴스타3 퍼포먼스 팩은 4.7초로 단축된다. 카이엔 E 하이브리드는 5.0초다.
폴스타3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은 폴스타3 압승이다. 가격은 레인지 듀얼모터가 8만9900유로(1억2610만원)다. 비싼 가격이지만 세금이 없다.
경쟁차종인 포르쉐 카이엔은 세금을 포함하면 21만유로(2억9458만원)에 달한다. 카이엔 반값도 되지 않는다.
[코펜하겐 =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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