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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에 밀려도 다시 '금값' 될 날 온다…10%는 담아두라는데
입력 2022-10-14 16:46  | 수정 2022-10-14 22:32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올 들어 달러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가치가 오르면서 '킹달러' 위세를 떨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 세계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유로화·위안화 등 주요 통화가 약세를 보이자 달러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국제 금값은 통상 달러화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올해 3월 8일 종가 기준 트로이온스당 2039.05달러였던 국제 금값은 지난달 27일 1634.3달러까지 20% 떨어졌다. 6개월 넘게 추락하며 최장 기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 불황이 예상될 때마다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아 몸값을 올리던 금이지만 지금은 전례 없는 킹달러 현상으로 인해 매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말까지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다면 금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지금이 투자 적기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가 아닌 '자산 배분'의 측면에서 자금 운용 포트폴리오에 금을 포함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전략이라고 조언한다.
최재현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지금 당장 금에 투자하는 건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12개월 이상 보고 들어가는 건 유효하다"며 "자산 배분 측면에서 10~15% 정도는 금으로 두는 게 자산 보존 역할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내년에 미국 금리가 정점을 찍고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금값은 상승하는 추세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자산 관리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한다. 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크게 KRX 금시장, 골드뱅킹, 금 ETF 등이 있지만 자산 배분이나 포트폴리오 관점에서는 ETF가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금현물 ETF가 출시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금선물 ETF가 더 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금현물 투자에 나설 타이밍은 아니고 국제 금 시세를 추종하면서 환헤지가 설정된 원화 펀드에 들어가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원·달러 간에도 변수가 많고 국제 금 시세 자체에도 변수가 많기 때문에 둘을 결합해서 투자하는 건 굉장히 어렵고, 원화로 투자하되 국제 금값을 따라가는 펀드가 대안"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금선물 ETF 상품으로는 KODEX 골드선물(H), TIGER 골드선물(H) 등이 있다. 이 상품들은 미국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선물의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된 'S&P GSCI 골드 인덱스 토탈 리턴'을 기초지수로 삼는다. 최근 국제 금값이 하락함에 따라 이 상품들의 최근 1개월 수익률도 각각 -3.48%, -3.49%를 기록했다. 또 다른 상품인 KINDEX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는 'S&P GSCI 골드 인덱스 엑세스 리턴' 일간수익률의 2배로 투자신탁 자산을 운용하는 상품이다. 수익률이 일반 상품의 2배이기 때문에 최근 1개월 수익률도 -7.4%로 더 부진했다. 상품명 뒤에 '(H)'가 붙는 것은 해외 상품인 만큼 환율 변동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환헤지 비율을 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수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금현물 ETF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국내 최초로 출시한 'KINDEX KRX금현물' ETF는 현재 유일한 금현물 ETF다. 선물형 구조인 ETF는 퇴직연금에서는 투자가 불가능하지만, 이 상품은 금현물을 담아 운용하기 때문에 개인연금저축과 퇴직연금(DC·IRP) 계좌에서도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투자 애플리케이션(앱)들을 통해 해외 금현물 ETF 상품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개발한 앱 '미니스탁'에서는 '애버딘스탠더드 금 ETF' 등 해외 금현물 ETF 상품을 1000원 단위로 구매하고, 원하는 가격에 자동매매도 걸 수 있다.
또 다른 현물투자 수단인 KRX 금시장도 인기가 많다. KRX 금시장은 한국거래소에서 조폐공사의 인증을 받은 금현물을 주식처럼 편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유통시장이다. KRX 금시장에서 얻은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적용되고 종합과세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보관 수수료는 없지만 거래 시 0.3% 안팎 수수료가 부과된다.
골드뱅킹은 KB국민·신한은행 등 은행의 예금을 통해 금현물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계좌에 돈을 넣으면 국제 금 시세와 환율 등을 고려해 금액만큼 금이 계좌에 들어온다.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언제든 환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상품은 원·달러 환율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킹달러 시기에는 불리하다.
이미 달러를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라면 금 투자에 더욱 유리하다. 현재 가치가 높아진 달러로 금을 구매한다면 추후에 국제 금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원화로 환산했을 때 손실이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다만 자산 배분을 목적으로 금에 투자한다고 해도 현재 금값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또 보유하고 있어도 이자가 붙지 않는 금의 특성을 고려해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각자 자금 상황에 적합한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명지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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