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악화되며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도 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6거래일간 국내 증시 투자자 예탁금은 일평균 50조734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일과 12일엔 투자자예탁금이 각각 49조3041억원, 49조6471억원을 기록했는데, 50조원 아래로 내려온 건 2020년 10월 이후 2년만이다.
일평균 예탁금은 지난 1월 67조3680억원에서 매달 꾸준히 줄어들어 이달까지 25% 하락했다. 작년 상반기 66조2107억원, 하반기 67조387억원으로 유지됐던 것과 비교하면 올 초부터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으로, 줄어들수록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불안심리가 커졌단 의미로 해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증시를 대거 저가 매수하며 반등을 이끌던 '동학 개미'의 화력도 사그라들었다.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순매수 금액은 올 상반기 27조8187억원에서 하반기 현재까지 3조8406억원으로 86% 급감했다. 올 초부터 계속된 금리 인상 부담에 더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경기 침체 우려가 더욱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심리가 짙어진 것으로 보인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모든 주체는 소극적 태도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으며, 상승장을 주도한 개인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며 "과거에도 금리 상승 구간에서 매수 대기 자금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현재 금리 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면 개인의 추가 매수 여력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선물과 옵션 등 장내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자금인 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은 올 초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예수금은 증시가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변동성이 커질수록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작년 1분기 13조원대에서 작년 말 10조원대로 하락한 후, 올 들어 변동성을 보이다 이달 일평균 12조1211억원으로 상승했다.
특히 최근 하락장에서 주가지수 반등을 노리고 상승에 베팅하는 KODEX레버리지에 대한 개인 순매수 금액은 지난해 2465억원에서 올해 1조4746억원으로 약 6배 급증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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