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금장에 심플 디자인 대세?…역대 대통령 시계 살펴보니
입력 2022-10-09 07:22  | 수정 2022-10-10 07:38
사진 맨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윤석열 대통령,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시계. [사진 출처= 대통령실 제공 및 연합뉴스]

대통령 기념 시계는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새마을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한 뒤 자신의 친필 서명을 담은 대통령 시계를 선물했다. 이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어서 기념 시계를 만들어 국가유공자, 국위선양을 한 스포츠 인 등에게 선물로 나눠줬다. 특히, 대통령 시계는 일부 물량이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 등에 풀려 수십만원에 거래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만큼 대중의 관심이 컸던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 시계는 지난 5월 25일에 첫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날짜 숫자 다 빼고 심플하게 만들었다"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배우 오영수 씨와 장애를 극복한 후 피트니스 선수로 재기에 성공한 김나윤 씨 등 국민희망대표 19명을 용산 대통령실에 초청해 시계를 증정했다.
시계 앞면에는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서명과 함께 봉황 무늬가 그려져 있다. 뒷면에는 대통령 취임식 슬로건이었던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 문구가 새겨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실사구시(사실을 기반으로 진리를 탐구하려는 자세)' 국정철학을 반영해 시계를 심플하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남성용·여성용 1종씩 제작됐다. 원가는 4만~5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대통령 시계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원가의 5배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당근마켓에는 '새상품 윤석열 대통령 시계 남성용'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미개봉 상품으로 가격은 25만원으로 책정됐다.

팬덤이 강했던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문재인 전 대통령 시계는 '이니시계'로 불리면 인기를 끌었다. 뒷면에는 선거 슬로건이었던 '사람이 먼저다' 문구가 새겨져 있다. 집권 초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시계 물량을 제한했기 때문에 수요보다 공급이 적었다. 당시 중고거래 카페 등에서는 호가가 70만원이 넘어가는 일도 발생했다.
대통령 시계의 디자인과 뒷판의 문구에는 대통령이 추구하는 철학과 스타일이 담겨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시계는 다른 숫자 없이 '0'과 '3'만 새겨져 있어 '영삼 시계'로 불렸다. 앞면엔 한자 이름을, 뒷면엔 좌우명 '대도무문(大道無門·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나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이 적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노벨 평화상 수상을 기념해 시계 2종을 추가로 만들었다. 양 김 대통령 때부터 시계를 대규모로 제작해 선물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첫 사각형 손목시계를 선보인 노무현 전 대통령 시계는 2종류로 제작했다. 시계 뒷면에는 '원칙과 신뢰, 새로운 대한민국 노무현'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대통령 이름만 새기던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시계. [사진 출처 = 대통령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 "권력의 상징처럼 비칠 수 있는 기념 시계를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가 2013년 광복절 이후 청와대 방문객 중 일부 인사들에게만 기념 시계를 선물했다. 다만, 2020년 3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이만희 교주가 박 전 대통령 서명이 새겨진 금색 시계를 차고 나와 논란이 됐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은 "금색 시계를 만든 적이 없다"며 가짜라고 반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계에는 대통령 내외의 친필 사인으로 장식됐다. 특히, 취임 초부터 가짜가 대량으로 유통돼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청계천에선 가짜 '이명박 시계' 1300여 개가 불티나게 팔렸다. 당시 가짜를 제작해 판매한 상인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대통령 시계의 제작사는 정권마다 바뀐다. 주로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에서 시계를 추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계약이 아닌 임의로 상대를 선정해 계약하는 형식인 수의계약 형식으로 주문받아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맹성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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