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특별기고] 전쟁특수를 누리는 북한…동부전선 이상없다!
입력 2022-10-06 14:27  | 수정 2022-10-06 20:47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 사진 = MBN
러시아에 북한 지원은 천군만마
푸틴 핵카드 '만지작'…북한, 화답할 것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러시아가 동남부 4개주를 병합하자, 우크라이나는 영토수복을 위해 총공세에 나섰다.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인적·물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쟁의 피해는 비단 당사국만이 아니다. 전 세계가 동반 고통을 겪고 있다. 올 겨울의 에너지 걱정이 태산같다. 이미 유럽은 대러 제재와 추위간 치킨게임에 들어갔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참화 속에서도 전쟁 특수를 즐기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미국의 군수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자재를 싸게 수입해서 사재기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인·태 전략의 핵심국인데도 최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25배나 늘렸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이지만 중재를 명분 삼아 '팔색조 실용외교'를 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드론 무기를 지원해 러시아를 곤경에 빠트리면서도 정작 러시아로부터는 무기와 자원을 사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를 누리는 나라가 또 있다. 바로 북한이다.


첫 번째,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확보했다. 대내적으로 국민들에게 핵 없는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직시하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자력갱생 기조를 강화하고 항미 결속을 도모한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혼란기를 틈타 핵미사일 완성에 매진한다. "용감히 쏘라!"는 김정은의 친필 서명에 따라 올 초부터 미사일을 폭죽놀이하듯 발사하고 있다. 벌써 23차례다. 1조 원 상당의 비용이다. 7차 핵실험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두 번째, 북한은 서방의 제재를 묵살하는 호기로 삼고 있다. 유엔의 대북 결의안 2397호(2017.12.22.)로 북한의 해외 근로자들이 모두 철수했다. 그런데 돈바스 지역 전후 복구를 명분 삼아 10만여 명의 노동력을 파견하고 러시아에 미사일과 탄약을 판매할 예정이란다. 전쟁특수를 노린 외화벌이 사업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유엔의 대북 제재 뿐만 아니라 미국의 촘촘한 제재망도 사실상 무력화됐다.

세 번째, 북한은 사회주의 맹방인 러시아와 중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보했다. 냉전 당시에도 없었던 '우러좌중(우편은 러시아, 좌편은 중국)'의 찰떡공조다. 중국에서는 ‘쌀, 러시아에서는 ‘총의 양다리 외교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주도로 채택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은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특히 러시아와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밀착해 왔다.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2.24)' 이후에는 미 본토를 강타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8월말 러시아가 핵사용 4개 조건을 제시하자, 2주 뒤에 북한은 핵사용 5개 조건을 법제화했다. 푸틴의 군 동원령과 4개주 병합에 화답하듯 연거푸 3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네 번째, 북한은 돈바스 공화국들과 재빠르게 수교하고 러시아의 4개주 병합을 즉각 인정했다. 우크라이나를 버리고 러시아와의 공조로 실리를 챙긴 것이다. 돈바스로부터 중공업 설비부품을 도입할 수 있다. 왜냐면 북한의 제철과 운송분야 기계시설은 옛 소련의 기술지원으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신생 돈바스 공화국은 물물교환 경제협력의 최적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돈바스산 밀과 코크스를 수입하고 북한산 마그네사이트를 수출하는 상호 보완관계다.

이번 사태에서 우크라이나 뒤에 미국이 있다면, 러시아 뒤에는 북한이 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없는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듯이, 러시아도 북한의 지원은 천군만마와 같다. 왜냐면 군사적으로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우군은 북한뿐이기 때문이다. '서부전선은 러시아, 동부전선은 북한'이 맡는 역할분담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러시아의 핵사용 가능성이다.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푸틴은 핵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점령지 합병을 선언하면서 "미국은 역사상 유일하게 핵무기를 사용한 나라"라고 꼬집었다. 명분축적용이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총리도 '모든 유형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푸틴의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전술핵이냐 전략핵이냐의 선택만 남았다면서 핵사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지난 4일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되는 미군 증원전력의 발진 기지인 괌까지 사정거리에 둔 것이다.

국정원은 최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나 7차 핵실험 시점을 10월 중순 중국 공산당 당대회와 11월초 미 중간선거 사이로 전망했다. 오판일 수 있다. 그 시기는 오히려 ‘서부전선 우크라이나의 전황에 달려있다.

러시아군이 불리해지면 전술핵을 사용할 것이고, 북한도 이에 화답할 것이다. 러시아와 북한이 동·서쪽에서 공동전선을 펼치는 환상적인 군사작전이다.

한미일이 연대하면 북중러는 더욱 밀착할 것이다. 북방 3국은 모두 핵보유국이다. 게다가 권위주의 체제 속성상 리더가 쉽게 결행하는 기동력을 갖추고 있다. 자칫 방심할 경우에 한반도에도 상상할 수 없는 대재앙이 닥쳐올 것이다. '동부전선 이상없다!' 곱씹어야 할 구호다.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보도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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