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원, '명예 살인' 위협 받아온 파키스탄 부부 난민 인정
입력 2022-10-06 09:24  | 수정 2022-10-06 09:37
대법원 / 사진=연합뉴스
파키스탄 국적 부부, 연애 결혼했다고 가족으로부터 '명예 살인' 위협 받아
출입국 당국·1심 재판부, 난민 신청 반려…재판부, 2심 재판부 '난민 인정' 판단 확정


대법원이 가족들이 정하지 않은 상대와 연애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명예 살인' 위협에 시달려온 파키스탄 국적 외국인 가족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하라는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인천 출입국·외국인청장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고 파키스탄 국적인 A씨 부부와 자녀의 승소를 확정했습니다.

파키스탄 출신인 A씨는 한국에서 유학하다 2016년 본국으로 돌아가 현재의 아내 B씨를 만나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B씨의 집안에서는 이들의 결혼을 강하게 반대했고, 결국 이들 부부는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하게 됐습니다.

A씨에 따르면 이들 부부가 본국에 머무를 당시 B씨의 가족들이 B씨에게 납치와 구타, 살해 협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A씨가 현지 법원에 구제를 청구했음에도 B씨 가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경찰관은 B씨의 가족 편을 들었습니다.


또 A씨는 자신과 B씨가 한국으로 건너와 자녀까지 낳아 양육 중임에도 불구하고 B씨 가족은 여전히 "한국에 찾아오겠다"며 "'명예 살인'하겠다"고 협박을 이어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명예 살인'이란 파키스탄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에서 이뤄지는 관습으로, 여성이 가족 동의 없이 스스로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것이 가족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과 같다고 간주해 여성을 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A씨의 주장에도 출입국·외국인청은 A씨가 국내에서 구직 활동을 해왔고 그의 친족이 국내 체류 기간을 연정하기 위해 난민 신청을 한 이력이 있다는 점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A씨 가족의 난민 신청을 반려해 왔습니다.

이에 A씨는 2020년 당국의 처분에 불복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재판부 역시 당국과 같은 입장을 견지하며 처분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2심 재판부는 "의사에 반하는 결혼을 강요하거나 스스로 선택한 혼인 상대와 결혼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 이혼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모두 인격권과 행복 추구권, 성적 자기 결정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하고도 본질적인 침해"라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역시 이번에 이 같은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출입국 당국의 상고를 기각하며 A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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