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리하면 입 닫는 文대통령, 이게 진짜 무례다 [핫이슈]
입력 2022-10-05 09:16  | 수정 2022-10-07 18:02
[사진 = 연합뉴스]

감사원 서면조사 통보를 받은 문재인 전대통령의 반응은 이해하기 힘들다.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발끈했다는데 상식을 벗어난다.
국가기관이 서면 질의서 하나 보냈다고 이렇게까지 노발대발할일인지 싶다.
그것도 단순히 '무례한'것도 아니고 '짓'이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썼다.

한마디로 본인에게 감히 질문서를 보낸것 자체가 불쾌하다는거다.
북한 김여정한테 삶은 소대가리, 특등 머저리 등 온갖 모욕적 언사를 들었을때도 침묵하며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했던 그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문 전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려 격노케 했는지 모르겠지만 평정심을 잃은게 틀림없다.
일단 '무례'라는 단어선택부터 황당하다.
추미애 전법무장관의 '거역' 만큼이나 우스꽝스럽다.
2020년 1월 9일 당시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명(命)을 거역했다"는 권위주의적 말투탓에 "자신이 왕인줄 아나?"라는 조롱이 빗발쳤다.
'무례'도 이에 못지 않다.
절대왕조시대 군주가 아랫사람에게 '감히 짐(朕)한테!''내가 누군데 함부로!'라고 꾸짖는 듯하다.
국민이 주인인 공화정(共和政)의 시대에 어투는 여전히 제왕적이니 듣기 여간 불편하지 않다.
무엇보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진상파악을 위해 헌법기관이 서면질의서를 보낸게 그렇게 무례하고 예의 없는 짓인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라는 것 같은데, 이런 게 바로 우리 사회가 시급히 폐기처분해야 할 특권의식 적폐다.
되레 전직 대통령이라면 국가기관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성실하게 답하고 적극 협조하는 게 의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질의서=대단히 무례한 짓'으로 규정하니 어이가 없다.
더군다나 그의 복심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을 시켜 굳이 이같은 원색적 발언을 대외에 공개하도록 했다.
민주당과 극렬지지층에게 좌표를 찍어준것이나 마찬가지다.
곧바로 민주당은 '정치보복' '선전포고'라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당대표라는 사람은 한술 더 떠 "독재·유신 공포정치를 연상케한다"며 선동질이다.
입법 독재로 민심의 심판을 받은 민주당 당대표가 할 말은 아니다.
서해공무원 피살건이 "전직대통령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낼만큼 중요한 일이냐"며 시비를 거는 건 더 한심하다.
윤건영 의원은 "노태우 율곡 비리, 김영삼 IMF 외환위기, 이명박 4대강 사업 등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같은지 묻고 싶다"며 "그렇게 생각한다면 초등학생보다도 못한 역사인식을 가진 감사원장"이라고 말했다.
뜬금없는 역사인식 운운 할일도 아니지만 서해공무원 유족은 물론 일반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는 망발이다.
대한민국의 40대 가장이 비무장상태에서 야만적인 북한군 총탄세례를 받고 불에 태워지는 참혹한 죽음을 당했다. 시신은 찾을수도 없다.
동물이 물에 빠져도 구조를 시도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도 문 전대통령은 망자가 서해상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아무런 구호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월북자이니 구조할 필요가 없었다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뭐가 있나.
박근혜 전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분단위로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입만 열면 '사람이 먼저다'라고 외친 게 문정권 사람들 아니었나.
문 전대통령은 5년 임기내내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고, 불편하고 불리하면 입을 닫았다.
서해공무원 피살건은 물론 김정숙 여사 의전비용, 딸의 청와대 더부살이 등이 대표적인 예다.
퇴임 후에도 마찬가지다.
"퇴임 후 자연으로 돌아가 잊혀진 삶을 살겠다"고 하더니, 행동은 정딴판이다.
지지층 결집차원인지 모르겠지만 SNS 폭풍업뎃을 멈추지 않고, 퇴임 5개월이 채안됐는데도 9권의 책을 추천해 '출판 마케터'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전직대통령은 현정권 비판을 삼가하는 관행을 쓰레기통에 처박은채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수시로 폄하했다.
하지만 정작 국가기관이 국민적 의구심이 큰 사안을 묻겠다고 하니 '무례'하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질의서에 '무례'딱지를 붙이는건 적반하장이다.
불리할 땐 입을 싹 닫아버리는 게 바로 진짜 '무례'다.
월북자 가족 낙인이 찍힌 채 지옥같은 삶을 살아온 유족에게 그리고 국민에게 이렇게 전직 대통령이 '무례'해도 되는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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