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축구연맹 "여자축구 내 성추행, 뿌리 깊은 악습으로 자리잡아"

축구연맹, 1년간 조사 끝에…"유소년 시기부터 시작돼 관행으로 굳어져"
지난해 시즌 중 선수들 폭로 터지며 경기 중단…일부 지도자 해고되기도

지난해 연이은 성추문이 나오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미국 여자 축구 리그 내부 성추행 문제가 유소년 리그부터 시작돼 뿌리 깊은 악습으로 자리 잡았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축구 연맹은 지난해 연달아 발생하며 리그 전체를 뒤흔든 성추행 폭로 이후 진상조사 및 대책 마련을 위해 진행해 온 여자 축구 내부 성추행 문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자 축구팀 전반에 걸쳐 코치진과 선수들 사이에서 상습적으로 성추행 및 성폭행이 난무해온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같은 악습은 유소년팀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보고서에는 "선수들이 성적인 발언과 원하지 않는 성적인 접촉, 강제적 성관계에 대해 진술했다"고 명시돼 있었습니다.

일례로 미국여자축구리그(NWSL)의 명문팀 중 하나인 노스캐롤라이나 커리지의 폴 라일리 전 감독의 경우 팀 소속인 멜리나 심에게 몇 달간 성적으로 접근한 후 그녀가 거절하자 후보로 강등시키는 불이익을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루이스빌팀의 전 감독 크리스티 홀리 역시 같은 팀 소속 에린 사이먼을 개별적으로 불러내 강제 추행한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강제 추행을 당한 사이먼은 "여전히 너무 많은 선수가 침묵 속에 고통받고 있다. 이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라며 "내가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내가 너무나 잘 안다"고 증언했습니다.

보고서는 "여자축구리그가 지난해까지 성추행을 방지할 정책 자체가 부재했고, 대부분 구단은 인사부조차 없었다"며 "관련 문제가 발생해도 보고할 별도의 라인조차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자 축구계 전반에 유소년 시기부터 선수와 코치들이 성추행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문화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프로팀에서는 이런 행위가 추행이라는 의식 자체가 없어진다"고 거듭 꼬집었습니다.

한편, 작년 미국여자축구리그는 시즌이 진행 중이던 당시 선수들의 잇따른 성추문 폭로가 나오며 일부 경기가 취소되고, 라일리를 비롯한 일부 지도자는 해고되기도 하는 등 파문이 커졌습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