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30억 이상 자산가들, 年4% 국채 폭풍매수…한달간 1000억
입력 2022-10-03 18:04  | 수정 2022-10-03 20:34
◆ 국채에 꽂힌 슈퍼리치 ◆
3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국내 고액 자산가들이 장기국채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한국에서도 장·단기 국채 금리가 최근 4%를 뚫고 급등하면서 세금을 제외한 실질 수익률이 예금보다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 정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보고 발 빠르게 선제 투자에 나선 측면도 있다. 재테크 빙하기에 국채가 최적의 탈출구로 부상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3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3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들이 20년 만기 장기국채를 9월 한 달 동안에만 투자자 1인당 평균 9억원씩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순매수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금융자산 10억~30억원 미만의 자산가들도 평균 1억5000만원씩 매수했다. 이들이 주로 사들인 채권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대 초반의 낮은 금리(저쿠폰)로 발행된 장기국채다. 30억원 이상 고객 자산가들의 지난달 장기국채 매수량은 올해 1~8월 평균의 10.8배에 달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국고채 금리가 9월에만 100bp 이상 올라 4%를 넘자 자산가들이 저쿠폰 장기국채에 몰리고 있다"며 "특히 최근 1~2주 사이에 매수세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국채의 경우 투자자는 이자 수익과 매매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저쿠폰 장기국채는 1%대의 이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기 때문에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이에 비해 최근 국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하면서 향후 매도 시점에 기대할 수 있는 매매 차익(비과세)이 갈수록 커지다 보니 고액 자산가들이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저쿠폰 장기국채의 현재 기대수익률은 세금을 제외하고도 연 4% 안팎에 달한다. 고액 자산가는 이자의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최고세율 대상자가 많다. 일반 예·적금 상품의 경우 저쿠폰 장기국채와 같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예금 금리가 7~8% 이상 돼야 한다.
고액 자산가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액은 14조4393억원에 달한다. 그 이전인 2019~2021년 3년 동안의 순매수액 12조1198억원보다 많다.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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