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히잡 의문사' 시위 참여자들 자신의 머리카락 잘라…그 이유는?
입력 2022-09-29 17:38  | 수정 2022-09-29 17:40
지난 2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이란 영사관 앞에서 항의 표시로 잘린 머리카락을 들고 서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지난주 반정부시위 피살자 유족의 애도 모습이 계기가 돼
페르시아어 장편서사시 '샤나메'서도 비슷한 장면 나와

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며 구금됐다가 의문사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에 항의하며 시위 현장이나 온라인에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28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이 같은 행동은 지난주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군경의 총에 맞고 숨진 36세 남성의 여동생이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관에 뿌린 장면이 널리 알려지며 확산됐습니다. 또한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기 위해 중동, 유럽, 미국 등에 거주중인 여성들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온라인 상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CNN은 이란 여성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가 이란에서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며, 약 1천 년 전에 집필된 페르시아어 장편서사시 '샤나메'에서도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샤나메는 근대 페르시아어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이란 시인 피르다우시가 기록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서사시입니다. 이 작품에는 여성이 애도와 권력에 대한 저항 표시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국 웨일스에서 작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샤라 아타시는 CNN 인터뷰에서 "해당 작품에서 영웅 시아바시가 살해되자 그의 아내인 파란기스와 그와 함께 있던 소녀들이 불의에 저항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랐다는 기록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타시는 샤나메가 1천 년 동안 페르시아 문화권에서 살아간 이란인, 아프간인, 타지크인의 일상에서 하나의 상징으로써 작용함과 동시에 이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머리카락 자르기를 "권력자의 힘을 능가하는 분노가 더 강하게 나타날 때 하는 고대 페르시아의 전통"이라고 규정하며 오늘날의 맥락에서는 "국민이 억울하게 살해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라고 말했습니다.

"권력자의 힘보다 분노가 강할 때 나타나는 고대 페르시아 전통" / 사진 = 연합뉴스

한편 이슬람 율법에 따라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사 아미니(22)가 종교 경찰에 구금됐다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 이어지면서 이란에서 최소 76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인권단체가 밝혔습니다.

이로써 반정부 시위는 정부의 인터넷 차단과 폭력적인 억압에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28일로 12일째에 접어든 이란 반정부 시위는 수도 테헤란을 포함해 이란 내 40여 개의 도시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019년 발생한 기름값 인상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이란 당국의 강경대응으로 현재까지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76명이 숨지고, 1000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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