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꽁꽁 언 주택시장…금리 인상에 '영끌족' 투매도 어렵네
입력 2022-09-28 10:36 
기준 금리 인상에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자 부담에 집을 내놓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 모습 [사진 = 이승환 기자]

작년 한 해 동안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로 서울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적극 뛰어들었던 2030계층의 집 매도 비율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데다 미국발(發)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영끌족'들이 '패닉셀링(공포에 의한 투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후반에 전개된 영끌족들의 '패닉바잉'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28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도인 현황에 따르면 서울 집합건물 매도인 중 30대 이하 비율은 올 들어 증가하고 있다. 전체 매도인 중 30대 이하 매도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월 14.03%에서 2월 12.72%로 감소했다가 3월 13.31%, 4월 14.66%, 5월 14.19%, 6월 14.28%, 7월 16.04%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2030세대는 지난 정부 당시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폭등하자 '패닉 바잉'에 나서며 서울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 현황을 보면, 작년 1~7월 30대 이하 서울 집합건물 매수자 비율은 35.28~38.26%로 올해 같은 기간 30.00~34.91%보다 높았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서울 노원구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2030세대 매입 비율이 49.3%로 전체 거래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30대 이하 집합건물 보유자들의 매도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3차례 연속 단행하면서 시장금리가 오른 결과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서 '영끌족'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 데 따른 현상이라는 것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3일 기준 4.38~6.829%로 집계됐다. 지난 22일까지만 해도 해당 금리는 4.38~6.609%였지만 하루만에 금리 상단이 하루만에 0.22%포인트 뛴 셈이다.
이처럼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급격히 치솟는 것은 대출금리의 지표가 되는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가 급등한 영향이다.
문제는 미 연준이 올해 11월과 12월 등 두차례 남은 회의에서 추가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주담대 최고금리의 경우 7% 돌파는 시간 문제고 올해 안에 8%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더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에 집을 던지다시피 팔아버리는 패닉셀링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30대 이하 주택 매도 비율이 반등하기 시작한 올해 2월은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한 시점이다. 해당 지수는 1월 사상 최고점(104.4)을 기록한 뒤 2월 104.3, 3월 104.2, 6월 104.1, 7월 103.9로 낮아졌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 빙하기를 맞이하면서 영끌 등으로 집을 매입한 사람일부 집주인들이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짙어진 관망세로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한 채 발만 구르고 있다는 것이다. 연말까지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거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진 부땡톡 대표는 "미국발 금리 인상이 우리나라 기준금리 빅스텝 가능성을 높였다"며 "대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주택 담보 가치까지 하락하고 있어 영끌족 등의 심리적 압박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값 급등기인 지난해 집을 구매한 사람 중 일부는 최근 집을 매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더 하락하기 전 최소한 본전을 찾자는 생각에 본인들이 산 가격 또는 조금 아래로 몸값을 조정해 팔려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의 지난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80.2)보다 0.7포인트 하락한 79.5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6월 24일(78.7) 이후 3년 3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치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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