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산업계 파장은?
입력 2010-02-04 10:59  | 수정 2010-02-04 10:59
【 앵커멘트 】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기술이 경쟁사인 하이닉스에 유출됐다는 검찰의 발표가 있었는데요.
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산업부 정규해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정기자!!

【 질문 1】
이번 사건의 기술 유출 방식은 새로운 형태로 볼 수 있는데요. 먼저 사건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주시죠?

【 기자 1】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특징은 협력사가 중심이 돼 기술 유출이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기술 유출 사건은 해당 기업의 내부 직원이 기술을 경쟁사에 넘기거나
아예 기술을 가지고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평소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협력사를 기술을 빼내갔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기술유출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변찬우 / 서울 동부지방검찰청 차장
- "협력사인 반도체 장비 업체를 통해서 핵심 기술이 대거 유출되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내고 차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출된 기술은 삼성전자가 최근 개발한 세계 최초 30나노급 D램 개발 과정을 비롯해 80나노급 이하 D램, 70나노급 이하 낸드 플래시 메모리 생산 기술 등 정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 40건이 포함돼 있습니다.

검찰은 이 가운데 하이닉스로 넘어간 것은 13건의 기술이 하이닉스로 넘어갔다고 밝혔는데요.

기술을 유출한 장비 업체는 지난 2004년과 2007년에도 기술유출 정황이 삼성 측에 의해 포착돼 재발 방지 약속을 하고 장비를 공급해 온 업체였습니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선 자신들의 반도체 신기술 제조공정에 맞춰 장비를 생산해낼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아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도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질문2 】
최고의 보안 수준을 유지해온 삼성전자라는 점에서 충격이 큰데요. 산업계의 기술 유출이 생각보다 광범위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겠죠?

【 기자2 】
네, 철저하기로 소문난 삼성전자가 뚫리면서 기술 유출의 안전지대가 없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핵심 기술을 취급하는 사업장에는 자사 직원도 함부로 출입할 수 없으며 휴대전화 카메라조차 봉인을 거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을 정도로 보안관리가 철저합니다.

특히 핵심기술을 다루는 직원에게는 높은 연봉을 주기 때문에 금전을 미끼로 기술유출을 시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은 엄격한 보안시스템에도 불구하고 협력사와의 친분 관계 즉 사람에 의해 구멍이 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보안전문가들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이 협력사와 친분관계가 쌓이면 기술교류도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에 조선이나 휴대전화 등 다른 산업에서도 이러한 기술유출이 빈번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삼성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기술 유출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안 대책 강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우선 보안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그동안 보안 실태에 대한 점검하는 한편 장비업체 등 협력업체를 포함해 총체적인 보안 강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 질문3 】
하이닉스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 기자3 】
하이닉스는 최근 매각 작업이 잇따라 무산된 상황에서 기술 유출 의혹이 제기되자 매우 당혹한 모습입니다.

그러면서도 회사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며, 의혹을 적극 부인했습니다.

일부 직원이 비공식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술을 알게 됐다는 것이 하이닉스 측의 해명입니다.

특히 유출됐다는 기술은 이미 자체적으로 개발을 완료한 것이라며, 기술 도용은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하이닉스는 또, 기술유출의 매개가 된 해외 장비업체 K사가 하이닉스의 기술도 빼내갔다며, 이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채권단이 추진 중인 하이닉스의 매각 작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막대한 시설 투자 비용 등으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매각 작업이 무기한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질문4 】
금전적 피해를 비롯해 삼성전자가 피해가 커 보이는데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 기자4 】
삼성전자는 하이닉스로의 기술 유출도 문제지만, 반도체 핵심기술이 해외로 넘어갔을 가능성에 더 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홍경선 / 삼성전자 차장
- "우리나라 수출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핵심 기술이 해외 장비업체를 통해 유출되었고, 해외 반도체 업계로 기술이 갔을 가능성이 있어 국가적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검찰은 일단 수사 과정에서 해당 기술이 대만이나 일본 등 경쟁업체로 넘어간 정황을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장비업체의 본사가 미국에 있고, 이 업체가 기술을 장기간 조직적으로 빼내갔다는 점에서 해외 경쟁업체로의 유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이 장비업체가 대부분의 반도체업체와 납품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증폭시키는 대목입니다.

현재 기술 유출로 인한 삼성전자의 직접적인 피해액은 수천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기술의 해외 유출 시 피해 규모는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분야 1위 업체인 만큼 후발 업체들이 관련 기술을 도용했을 경우, 기술 격차가 급격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또 상당수의 기술이 정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인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질문5 】
마지막으로 기술 유출 사건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고 있는데요?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일까요?

【 기자5 】
네, 무엇보다 회사 차원의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필요합니다.

이번 사건은 삼성이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했어도 기술 유출이 일어났지만, 많은 경우에선 회사들의 보안 시스템이 생각보다 허술해 기술 유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핵심 기술을 다루는 직원들에 대한 주기적인 윤리 교육을 통해 보안 의식을 강화하고, 적절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금전적 요인으로 인해 기술을 유출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 인터뷰 : 문송천 /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 "친분 관계로 되기 때문에 사실은 이 사람들에 대한 기술 인력에 대한 윤리교육, 뭐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느냐 인센티브에 대한 제도 검토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번 사건에서 보듯 핵심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협력사 직원들에 대한 윤리 교육도 필요합니다.

또 기술 보호를 위해 도입된 특허 제도의 허가 기간을 대폭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야 합니다.

현재는 특허를 받기 위해 2년 가량이나 되는 시간이 필요한데요.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특정 기술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하지만 최첨단 분야의 경우 한번 기술을 빼내면 경쟁사 등이 엄청난 재산상의 이득을 취할 수 있는만큼 이를 근본적으로 막는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산업부 정규해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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