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추적] 스토킹 범죄, 처벌불원서만 내면 끝?…국민정서와 동 떨어져
입력 2022-09-24 19:31  | 수정 2022-09-24 20:03
【 앵커멘트 】
신당역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범죄의 강력 처벌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 리포트에서도 봤지만,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죄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더 이상 가해자에 대해 유무죄를 따져볼 수도 없는데요.
국민 정서와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법조팀 오지예 기자와 뉴스추적 해보겠습니다.
오 기자, 처벌불원서라는 게 쉽게 말해 합의서인거죠?

【 기자 】
네, 말 그대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확인서로, 온라인에서 이런 양식,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피해자가 가해자한테 충분한 사과를 받아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 내용을 써서 인감, 신분증 사본 등을 함께 내면 됩니다.

이 과정에 돈이 오갔다면, 합의금 액수도 쓰면 됩니다.


【 질문2】
그런데 이 종이 한 장만 내면, 스토킹범이 집을 찾아가 때리고 협박까지해도 없던 일이 된다고요?

【 기자 】
맞습니다. 협박, 폭행, 스토킹 모두 반의사불벌죄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MBN법조팀이 스토킹 범죄 처벌 판결문을 살펴본 사례 가운데는 피해자가 처벌 불원서를 내자 한 달도 안 돼 다시 스토킹을 해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 남성이 또 피해자와 합의 했다는 이유로 처벌 없이 재판이 마무리됐습니다.

또 밤 늦게 헤어진 연인 집 앞에서 이름을 부르고, "죽이겠다"는 협박에 통장 이체 내역까지 동원해 수백번 연락을 했어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 합의서로 사건이 그냥 종결된 사례도 있습니다.

【 질문3 】
문제는 이 처벌불원서 때문에, 쉽게 말해 합의를 안해줘서 스토킹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죠?

【 기자 】
맞습니다.

이번에 신당역에서 동료 역무원을 숨지게 한 전주환도 스토킹 사건 등에 합의를 해주지 않아 보복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는데요.

이처럼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안 써주면 강도를 높여 더 괴롭히기도 하고, 정작 피해자가 제출해 일단 처벌을 면하면, 태도를 싹 바꿔 또 다시 쫓아다니고 행패를 부리기도 하는 겁니다.

▶ 인터뷰(☎) : 송란희 /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 "스토킹 별 거 아닌 범죄로 생각하니까 피해자 용서해 주면 다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정도의 생각을 했던 사람들 때문에 참담한 사태를 맞게 된 거죠."

그래서 법무부는 스토킹범죄의 반의사불벌조항 삭제 계획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질문4 】
네, 이번에는 스토킹 피해자 보호 조치 이야기도 해보죠. 스토킹 가해자에게 '100m 접근 금지' 결정이 내려지는데도 스토킹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는 뭔가요?

【 기자 】
네, 사실 100m는 뛰면 15초, 걸으면 1분 정도로 가까운 거리인데요.

현행법에 따라 스토킹 가해자가 '100m 접근 금지' 결정을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에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말 장난 같아도, 101m에서 피해자 주변을 맴돌면 문제가 안 되거든요.

결국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법당국의 이해가 부족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승재현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100 미터 위반, 99m 위반이고 스토커한테는 의미가 없다니까, 그 사람을 보는 것 자체가 좋은 거고… 스토커에 대한 기본적인 시선이 잘못되었다는 거고요."

【 질문5 】
늦었지만, 실질적인 대책이 이제라도 나와야겠네요.
오늘 서울교통공사 사장도 신당역 사건 현장을 찾았다고 들었는데, 어떤 말을 했습니까?

【 기자 】
네,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 만입니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 어제는 피해자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고요.

오늘 피해자 분향소에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 인터뷰 : 김상범 / 서울교통공사 사장
- "고인께서 오랜 기간 큰 고통 속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왔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게 되어 통한의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어 스토킹 정황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안전한 근무 여건으로 사건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 기자 】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편집 : 오광환

#스토킹범죄 #전주환 #처벌불원서 #보복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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