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본,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야망…'30년 숙원' 이뤄질까
입력 2022-09-24 16:43  | 수정 2022-09-24 16:53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일본·독일·인도·브라질…'G4' 안보리 재편 주장
당장 실현될 가능성 낮아…러시아·중국 동의 못 얻을 것
'7월 총선' 기시다, 도전 공식화만으로도 국내정치적 효과 상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어제 미·일 정상회담에서 30년 숙원 사업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야망을 다시 꺼냈습니다. 하지만 현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쿼드 4국, 안보리 개혁에 목소리 높여

이른바 쿼드(Quad) 국가인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외교장관은 어제(현지시간) 제77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 뉴욕에서 회담을 마치고 공동발표문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은 규칙에 토대로 한 국제 질서, 법의 지배, 분쟁의 평화적 해결 등의 원칙을 강조하고서 유엔 개혁의 필요성을 거론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현재의 국제적 현실을 반영하고 지리적으로 더욱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이도록 안보리 상임 및 비상임 이사국 확대를 포함한 포괄적인 유엔 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것에 전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표문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중국이 러시아를 감싸는 가운데 안보리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판단이 쿼드 4국이 안보리 개혁에 관해 목소리를 높인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유엔 총회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일본·독일·인도·브라질…상임이사국 진출 꾀하는 'G4'

일본은 독일, 인도, 브라질 등 상임이사국 진출을 꾀하는 국가와 함께 이른바 'G4'라는 틀을 만들어 상임이사국과 비상임 이사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안보리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0일 유엔 총회 일반토론 연설에서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인해 유엔의 신뢰성이 위기에 빠진 것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들 유엔 가맹국이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그는 유엔의 개혁과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일본은 안전보장이사회의 개혁뿐만 아니라 총회의 더한 활성화를 위해서도 진지하게 임하고 유엔 전체가 평화와 안전 유지에 한층 큰 역할을 수행하도록 후원할 결의"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개혁이 이뤄진 안보리에서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을 지지한다는 표명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는 미국만 찬성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일본의 바람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도쿄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사진=연합뉴스

당장 실현될 가능성 낮아…러시아·중국 동의 못 얻을 것

상임이사국 명단을 변경하려면 이를 현재의 5개국으로 규정한 유엔 헌장 32조를 개정해야 합니다. 유엔 헌장을 개정하려면 우선 상임이사국 5개국이 모두 동의해야 하고, 193개 유엔 회원국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현재 미·중 및 미·러 간 대결 구도가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밀착하는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일본은 제재에 동참하면서 러시아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상태입니다. 또,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 편에 선 일본에 대해 중국 역시 불편하다는 신호를 여러 경로로 보내고 있으며 안보리 재편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회담에서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앞으로도 유엔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누구도 러시아의 이러한 권리를 박탈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7월 총선 앞둔 기시다, 도전 공식화만으로도 국내정치적 효과 상당

그럼에도 일본이 도전을 접지 않는 건 상임이사국이 가진 막강한 권한과 국제질서를 주도한다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안보리는 유엔 회원국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관입니다. 대북제재 결의에서 알 수 있듯이 안보리 결의에서 "결정한다(decide)" 등으로 표현한 내용은 의무 조항으로, 각 회원국의 국가 주권과 배치되는 상황에서도 강제력을 갖습니다.

또 상임이사국 5개국은 사실상 절대적인 비토(veto·거부)권을 보유합니다. 이를 통해 안보리의 어떤 결정도 제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갖는 상임이사국의 지위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도전을 공식화하는 것만 해도 일본은 국격 상승의 방증으로 보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7월 총선을 앞둔 기시다 총리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적 지지 확보를 외교적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그간 안보리 개혁을 위해선 상임이사국이 아닌 비상임이사국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습니다.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비상임이사국은 현재 10개국인데, 1945년 유엔이 창설 당시와 비교했을 때 회원국이 51개국에서 193개국으로 늘어난 만큼 비상임이사국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안유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bwjd55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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