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정치와 코미디는 다르다
입력 2022-09-22 19:57  | 수정 2022-09-22 20:26
'이 논문을 1저자로 썼습니다. 이모하고 같이.'
'누구하고 같이 썼다고요?'
'이모하고요.'

지난 5월,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쏟아진 어처구니없는 질의는 지켜보는 국민들을 씁쓸하게 했습니다.

'이 모'라고 쓴 걸 친인척을 지칭하는 이모로 알고 질의하다 머쓱해진 어떤 의원과 '한국 쓰리엠'을 한OO으로 표기한 걸 후보자 딸로 착각해 공세를 퍼붓다 '제 딸 이름이 영리 법인일 순 없다.'라는 반박에 말문이 막혀버린 의원까지. 그야말로 '역대급' 청문회, 청문회장이 개그 콘테스트 현장이 됐다는 뒷말까지 나왔죠.

'중요한 사항을 대통령과 총리가 알도록 조정하고 이런 업무 책임이 (국무조정실에) 있는 거 아니겠어요. 얼마나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집니까'

마치 야당 의원이 총리실을 질타하는 것 같지만 국민의힘 의원입니다.

878억 원 규모의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 예산 논란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신문 보고 알았다.'라고 답하며 국무조정실에 화살을 돌리자 나온 말이죠.

이유는 뻔합니다. 영빈관 논란에 윤석열 대통령이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는데, 불똥이 대통령에게까지 튀자 여당 의원들이 애먼 국무조정실을 타박하며 방탄막을 친 거죠.

윤 정부 출범 136일째. 하지만 설익은 정책을 내놓고, 얼마 못 가 여론에 등 떠밀려 백지화하거나 좌초하는 혼선은 여전합니다.

대통령실 이전보다 더 많은 예산이 드는 영빈관 건립을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예산안에 슬쩍 끼워 넣었다 취소하고,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5살로 낮추겠다고 불쑥 발표했다가 백지화하고….


한때는 '코미디보다 여의도 정치가 더 재미있다.'라는 소리까지 나올 지경이었죠. 코미디 프로가 폐지되고 개그맨을 실업자로 만든 건 정치권이란 비아냥도 나왔고요.

이제 이쯤 하면 됐습니다. 무엇보다 관객인 국민이 지치고 힘들어 염증이 날 정도니까 말이죠. 코미디는 개그맨에게 돌려주고 진짜 정치를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묻고 싶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정치와 코미디는 다르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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