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북제재 저승사자' 아인혼, 유엔안보리 회의론 펼친 이유는? [세지포]
입력 2022-09-22 16:56  | 수정 2022-09-22 17:00
로버드 아인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모니터 속)이 22일 매경미디어그룹 주최로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지식포럼'에 비대면으로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원수 경희대 미래문명원장(좌장), 유무봉 국방부 국방개혁실장,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 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유엔 차원의 추가적 대북제재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22일 제기됐다.
이같은 견해를 밝힌 사람은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 그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對) 이란·북한 제재 조정관으로 활동하며 대북제재를 이끈 상징적 존제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지금까지도 '대북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이같은 배경을 가진 아인혼 연구원은 이날 매경미디어그룹 주최로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여해 대북제재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예상해 눈길을 끌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에 대해선 안보리 차원에서 명확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로 다음 날 안보리에 대해 '뼈 있는' 회의론을 펼친 것이다.

아인혼 연구원은 토론에서 "이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문제를 (미국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러가 올들어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비난성명 채택조차 반대했던 점을 언급했다.
아인혼 연구원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고 해도 중국, 러시아의 반응은 매우 미진할 것이고 (안보리의) 추가적 대북제재에 대한 협조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겉으로는) 입에 발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북한의 핵보유도 허용할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중러가 핵·미사일을 동원한 북한의 도발적 행위들을 묵인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골칫거리를 안겨주며 미국 견제에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인혼 조정관은 북한이 향후 협상에 나서더라도 자신들의 핵능력을 교환 칩으로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제재해제나 핵보유국 인정,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가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늘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결국 그는 한미가 현 시점에서 확고한 대북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핵과 재래식 전력을 통한 억지력을 키우고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확대하는 등 대비태세를 강화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아인혼 조정관은 말했다.
다만 그는 이 과정에서 한미가 과도한 대북 압박성 발언이나 조치로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에 북한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해 핵카드를 일찍 꺼내는 등 오판을 유도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한미가 북한의 잇따른 도발적 행위나 언사에 과민반응하지 말고 담담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우르스 게르버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CAPS) 이사장은 "북한의 도발은 한국을 위협하기 위한 것인데, 북한 입장에서는 '위협'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 (동북아 정세에서) 곧 김정은 체제의 중요성도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른바 '레드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북한의 도발이 군사적인 목표보다는 한미와 국제사회의 관심을 붙잡아두려는 의도된 정치적 행위라는 것이다.
스위스 중립국감독위원회 대표단장으로 판문점에서 군복무를 했던 게르버 이사장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다소 쿨한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성숙한 대응을 주문했다.
토론에 참여한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가 한미동맹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일수도 있다"면서 한미가 북측의 도발에 절제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맥스웰 연구원은 "의도된 북한의 도발을 (한미의) 대북정책 실패로 봐서는 안된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당신의 전략이 실패할 것'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계속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을 대표해 토론에 참여한 유무봉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은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의 책임을 한미에게 돌리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북측의 의도를 해석했다. 유 실장은 북한이 국내적으로도 핵무력을 과시하며 주민들을 결속하기 위해 핵 법제화를 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핵문제와 관련해 외교적 관여를 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꾸준하게 북한과의 대화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실장은 정부가 북핵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형 3축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킬체인(선제타격)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북측의 군사적 행동 단계에 따른 한국군의 대응체계를 이르는 용어다. 또 지난 주 외교·국방부 차관이 미국을 방문해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통해 탄탄한 한미동맹과 대북 억지 공조체계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성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