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호주 거미, 자기 몸집보다 큰 개미 '곡예술'로 포획
입력 2022-09-20 16:53  | 수정 2022-12-19 17:05
거미가 사냥감 묶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0.614초
연구팀, '개미 살인마'라 별명 붙이며 엄청난 사냥 실력으로 평가

호주 거미가 정확한 사냥 실력으로 자기 몸집보다 큰 사냥감을 눈 깜짝할 새에 포획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1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호주 매쿼리대 행동 생물학 연구팀은 꼬마거미과에 속하는 유료피스 움빌리카타(Euryopis umbilicata)라는 학명을 가진 거미가 '태양의 서커스'에 버금가는 곡예술을 사용해 개미를 거미줄로 감싸 '포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거미는 개미보다도 작은 종입니다.

연구팀의 알폰소 아세베스-아파라시오 교수는 어느 날 우연히 유칼립투스 나무 옆을 지나가다가 나뭇가지 위에 있던 거미가 자기 몸집보다 3배 정도 큰 개미를 단숨에 거미줄로 낚아채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이후 거미 주변의 개미들은 나뭇가지 위에서 사라졌다가 거미줄에 묶여 나무에 매달린 채로 발견됐습니다.

연구팀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거미가 개미를 나무에 묶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0.614초입니다.

연구팀은 해당 거미가 개미 사냥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실험하기 위해 유칼립투스 군락지에서 거미줄에 쌓인 곤충 사체를 수집했습니다.

발견한 182개의 사체 중 1개를 제외한 181개는 모두 호주에서만 서식하는 '설탕 개미'였습니다.

'설탕 개미'는 설탕이 든 음식을 좋아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설탕 개미의 크기는 5∼15㎜로 일개미 중에서도 비교적 몸집이 큰 편입니다.

호주 거미의 몸집이 5㎜인 것을 감안하면 자신의 1~3배 정도 되는 사냥감을 포획한다는 것입니다.

고속 카메라로 나무 위에서 거미의 사냥 모습을 촬영한 결과, 거미는 1천분의 1초의 속도로 개미의 몸통 위로 몸을 홱 젖히는 곡예를 펼치고 개미에 거미줄을 순식간에 붙였습니다.

호주 거미는 총 60차례의 사냥 시도에서 85%의 성공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거미에게 '개미살인마'라는 별명을 붙이며, '동물의 왕국'에서 보기 드문 엄청난 사냥 실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마리 허버스타인 매쿼리대 행동 생물학과 교수는 "이 거미는 마치 액션 영화의 스턴트맨과 같다"며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바로 뽑아서 개미가 떨어지기 전에 정확한 위치에 거미줄을 붙인다"라고 말했습니다.

허버스타인 교수는 "거미가 개미의 단단한 턱으로 돌진해 곡예를 보이며 정확한 움직임으로 사냥하는데, 이 모든 과정에서 실패하는 법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거미의 초고속 운동을 연구하는 사다 밤라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생체분자공학과 교수는 거미가 자기 몸집보다 훨씬 더 큰 사냥감을 포획하기 위해 거미줄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에 주목하며 "우리는 여태까지 인간과 영장류만 도구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거미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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