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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약세가 우리에겐 기회"…뒤에서 웃는 유럽기업株 [월가월부]
입력 2022-09-18 18:14  | 수정 2022-09-18 20:18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강달러가 블랙홀처럼 모든 경제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거진 물가 급등 현상에 세계 각국이 비상인 가운데 전쟁의 현장인 유럽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특히 러시아가 에너지를 노골적으로 무기 삼고 있어 유럽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둡다.
역대급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악화, 공급 차질 등 각종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까지 더해져 유럽 경제에는 혹독한 겨울이 예고돼 있다.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뛰어넘는 8.3%의 상승률을 기록해 일각에서는 1%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측하기도 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8일 기준금리를 0.5%에서 1.25%로 0.75%포인트 올렸다. 0.75%포인트 금리 인상은 유로화를 도입한 1999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더 나아가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됐다. 그렇지만 달러 강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에 이어 연준의 긴축정책에 발목이 잡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달러=1유로' 패리티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화도 곧 유로화의 길을 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리 인상을 단행한 ECB는 에너지 가격 급등 등을 반영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예측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ECB의 내년 경제 전망이 여전히 낙관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세바스티안 갈리 노르데아 전략가는 고객에게 보내는 메모를 통해 "ECB의 성장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유로화 약세가 경제 위험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유로화 약세를 희소식으로 받아들이는 기업들이 있다. 더 나은 경제 상태에 있는 미국을 포함해 유럽 밖에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얻는 기업들이다. 달러 강세는 해외 매출 비중이 큰 미국 기업들의 성장 전망을 저해하는 반면, 유로화 약세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유럽 기업들에 투자하는 주주에게 좋은 소식인 셈이다.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는 유럽에 기반을 둔 기업 가운데 유럽 이외 지역에서 매출의 최소 3분의 2가량을 창출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 전망이 좋은 종목을 소개했다. 이들 기업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최근 5년간 역사적 PER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들이라고 배런스는 설명했다.
유로화 약세가 도움이 되는 기업들로 소개된 기업들은 슈나이더일렉트릭, 컴패스그룹, 유니레버, 네슬레, 노바티스, 로슈홀딩스, GSK, 크리스챤 디올,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안호이저부시인베브 10곳이다. 이 중 안호이저부시인베브만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고, 나머지 9곳은 모두 유럽 증시에 상장돼 있다.
유로화 약세가 이들 기업의 유일한 호재는 아니다.
무려 85%의 매출이 유럽 밖에서 창출되는 안호이저부시인베브는 중남미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유럽이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고물가 현상에 익숙한 중남미 소비자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익숙하다는 이유에서다. 카를로스 라보이 HSBC 애널리스트는 "안호이저부시인베브가 가격 인상과 고급화로 원가 상승에 잘 대처하고 있다"며 투자 의견을 '유보'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그는 안호이저부시인베브가 남미에서의 시장점유율을 종전 40%에서 8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의 74.50%를 유럽 이외 지역에서 거두는 전력회사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일찌감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진출하는 등 전통적인 전력 사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을 펼쳤다. 크리스챤 디올과 LVMH 둘 다 전체 매출의 78.20%가 유럽 밖에서 발생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은 주로 소득 하위계층에서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명품주가 받을 타격은 제한적이라고 배런스는 전했다.
유로화 약세와 더불어 소비자 수요가 탄탄한 유니레버와 뛰어난 진단 부문 기술력을 갖춘 로슈홀딩스에 관해 글로벌 리서치기관인 모닝스타의 수전 지우빈스키 이사는 "기업 가치 대비 낮은 주가에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제약사 노바티스와 GSK의 실적도 장밋빛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바티스는 지난달 실적 부진에 허덕이던 제네릭(복제약)·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부인 산도스를 분사한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근심을 덜어냈다.
유럽 증시에 대한 서학개미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주요 증권사들도 온라인으로 유럽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거래 수수료와 환전 수수료 등이 증권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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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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