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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도 美 바이든 리스크…삼바, 셀트리온 영향은
입력 2022-09-18 14:0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JFK 도서관·박물관에서 암 종식을 목표로 하는 `암 문샷`(cancer moonshot)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전기차,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 산업에서도 '미국 제조'를 강조하고 나섰다. 바이오 생산시설 구축 등에 20억달러(2조8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CMO(위탁생산)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바이오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오 산업 전반의 산업주권과 안보를 강조한 이번 행정명령에는 연구개발(R&D) 분야 등에 투자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정부는 행정명령의 후속조치로 14일 생명공학 및 바이오제조에 관한 정상회의를 개최해 각 부처별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 내 바이오 산업 제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인프라 구축에 10억 달러(약 1조3900억원)를 투자한다. 또 바이오 소재 개발에 2억7000만달러(약 3755억원)를, 생물 보안과 사이버 보안을 위해 2억 달러(약 2780억원)를 각각 지원한다.

특히 상업용 생산보다는 소규모 기초 생산 능력 확보를 목적으로 예산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즉,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바이오 산업이 발달하면서 분야별 분업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 인도, 한국 등 미국 외 국가에서 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들이 증가세를 보였다. 주로 미국 기업인 글로벌 제약사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들 기업에 위탁 비중을 높여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행정명령은 중국 등 외국기업의 진출 확대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핵심기술의 정보유출을 막고 성장산업의 요소별 주요역량을 다시 내재화하겠다는 계획"이라며 "바이오연료, 바이오플라스틱 등 미래 유망산업 분야도 포함하여 외국기업에의 의존을 선제적으로 억제하겠다는 의지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결정이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위탁생산 사업에 뛰어든 국내 회사들에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미국 바이오젠사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49%를 2조765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 바이오 시밀러 사업을 주요 종속 회사로 편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시장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렌플렉시스, 항암제 온트루잔트 등 제품을 승인받은 상황이다. 올해 3월에는 미국 공장 건설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로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든 생산 시설이 국내에 위치돼있다. 만약 미국 정부의 행정 명령으로 의약품 생산지역 범위가 '미국 내 생산'으로 한정될 경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셀트리온도 미국 행정명령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력 제품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국내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 등 바이오시밀러 3종을 인천 송도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 행정 명령과 관련해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를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 측은 지난 15일 "셀트리온그룹은 자체 개발한 항체 치료제 위주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위탁생산(CMO) 분야의 사업 비중은 매우 작다"며 "또 2023년 이후 미국시장에서 출시될 제품은 셀트리온헬스케어 미국법인을 통해 직접 판매 방식으로 판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올해 바이오산업에 진출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미 뉴욕주 시러큐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1억6000만달러(약 2000억원)을 인수하고 있어 미국 행정명령의 영향을 덜 받는 분위기다. 올해는 국내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해외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예상보다 미국의 결정이 국내 바이오 기업에의 단기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임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계획에 대해 "예상보다 바이오의약품 제조 투자 규모가 적다"며 "바이오 제조 관련 투자 계획을 보면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구축이 어려워 보이는 만큼 상업화용 생산 비중이 큰 국내 CMO 기업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주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경우 생산 거점 확보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정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 기업은 중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마찬가지로 미국 내 생산을 포함한 멀티플 소싱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신약 R&D(연구개발) 기업은 개발 계획 수립과 CDMO 선정 단계부터 미국 진출 전략을 별도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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