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KAL기 폭파 김현희 "메구미 北에 생존…김씨 일가 약점 알아"
입력 2022-09-16 13:42  | 수정 2022-09-16 14:06
지난 9일 윤덕민 주일본 한국대사가 요코타 메구미의 어머니 요코타 사키에(가운데) 등 납치 피해자 가족과 면담했다고 주일한국대사관이 밝혔다.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타 시게루는 지난 2020년 사망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 1987년 북한 공작원으로 KAL기 폭파사건을 저질렀던 김현희가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최대 관심사인 납치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현희는 일본에서 북한에 의한 납북 피해자 문제의 상징적 존재인 요코타 메구미가 생존해 있으며 북한정권이 그녀를 돌려보내지 않는 이유는 김씨 일가의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6일 일본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김현희는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57)와 다구치 야에코(67)가 북한에 생존해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이들을 돌려보내지 않는 건 이들이 북한 최고 지도자 일가와 지근거리에서 생활해 그 '비밀과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김현희는 그 근거로 북한 주민이라도 김씨 일가와 가까이서 일한 사람들은 비밀 엄수를 위해 외부와 격리된 생활을 강요받고 있는 점을 들었다.
요코타 메구미는 1977년 13살 때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됐다. 고등학생 때 납북된 한국인 김영남과 결혼해 딸을 낳았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울증을 앓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그녀가 1994년 사망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태영호 등 북한 전문가들과 탈북자들도 그녀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여러 의심 정황이 있어 생존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김현희는 산케이에 "기시다 내각이 어렵더라도 북한과의 협상 문을 계속 두드리고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녀는 북한이 체제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들을 돌려보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 정부가 비공식적으로라도 피해자 가족들이 북한내에서 면회하는 방안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은 1970~1980년대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다수의 일본인들을 주로 대남 스파이 양성교육을 목적으로 납치한 바 있다. KAL기 폭파사건 후 체포된 김현희는 조사과정에서 이 피랍 일본인 출신에게 일본인으로 위장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었다. 십 년간 미궁에 빠졌던 일본인 실종 사건은 김현희의 증언으로 북한에 대한 의심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지난 2002년에 이르러서야 북·일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전모가 밝혀지게 됐다. 당시 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에게 일본인 납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일본인 납북자는 현재 총 17명이다. 이들중 5명이 북일 정상회담 후 일본에 귀국했지만 이들을 제외한 12명에 대해선 미해결 상태라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 반면, 북한은 일본인 납북자는 총 13명으로 귀국자 5명 이외에 8명은 사망했으며,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려왔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 담당 송일호 대사는 "일본이 북일 평양선언을 백지 상태로 만들고 양국 관계를 최악의 대결 국면으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송 대사는 납치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고 일본 정부가 이를 이용해 반북한 분위기를 부추키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6·25때 북에 끌려간 뒤 돌아오지 못한 대한민국 국적자도 약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각에 따르면 휴전 후에도 약 4000명의 대한민국 민간인이 납북된 바 있으며 이들 중 500여 명은 여전히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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