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세사기 남일 아니네"…월간피해액 1000억 넘어 사상 최대
입력 2022-09-12 16:44  | 수정 2022-09-12 20:26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사고 금액과 건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집주인이 무리한 갭투자로 집을 마련한 경우나 의도적으로 전세 사기꾼이 개입한 경우 등이 맞물린 결과다.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사고 발생 금액과 건수는 각각 1089억원, 511건으로 집계됐다. 금액과 건수 모두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금액과 건수가 각각 1000억원, 500건을 넘은 것도 지난달이 처음이다. 2013년 9월 처음 출시된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상품은 집주인이 전세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HUG 등 보증보험을 판매한 기관들이 대신 보증금을 가입자(세입자)에게 지급해주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돈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이 상품의 사고액은 HUG의 실적 집계가 시작된 2015년부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고액은 2016년 34억원에서 2017년 74억원, 2018년 792억원,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지난해 5790억원으로 폭증했다. 특히 올해 1~8월에는 이미 5368억원에 달해 지난해 전체 사고액에 육박했다. 아울러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돌려준 보증금 액수(대위변제액)도 지난달 830억원(398건)으로 역대 최대다.
이는 여러 요인이 결합된 결과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 수년간 유행했던 갭투자다.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해 집값의 대부분을 세입자의 전세금으로 마련한 것이다. 최근 전셋값과 집값이 동반 하락하면서 이렇게 집을 산 집주인이 기존 전세보증금 수준으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이 많다.

이에 더해 최근 몇 년간 전세보증금을 갚을 생각이 없는 '악성 집주인', 즉 전세 사기꾼들이 기승을 부렸다. 집값을 산정하기 어려운 신축 빌라를 인수한 뒤 집값보다 높은 전세금을 받는 방식으로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수십~수백 채의 빌라를 사들인 사람들이다. 실제로 세입자에게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정부가 집중 관리 대상으로 선정한 '악성 임대인'은 지난 7월 말 기준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총 203명이며 이들이 떼먹은 보증금은 약 7275억원에 이른다. 떼먹은 보증금이 100억원 이상인 악성 임대인은 14명이며 이 중에는 보증금 578억원(285건)을 떼먹은 집주인도 있다.
보증보험 가입자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제도 도입 초기에는 보험료가 아까워 보증보험을 들지 않는 세입자가 많았다"며 "하지만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고 제도가 널리 홍보되면서 최근에는 전세 세입자 대부분이 보증보험에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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