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기 신도시 "정비계획 빨리 세워 달라"…목동·여의도·상계 "우리가 더 급해"
입력 2022-09-12 14:02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분당신도시의 모습. [매경DB]

윤석열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내놓으면서 서울지역 노후단지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기 신도시보다 먼저 조성된 주거지역이 존재하는 만큼 주택정책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이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8·16 대책을 발표한 이후 서울지역의 대표적인 노후 주거 구역인 상계·여의도·목동에서도 도시정비사업 로드맵을 제시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들은 재건축·재개발 신속추진단을 운영하고 신축주택 수요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등 지역주민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국토부는 오는 2024년까지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첫 삽을 뜨겠다던 기존의 계획과 사뭇 다른 결정이다. 구체적인 사업 방안도 담기지 않아 대선 공약 파기 논란까지 일었다. 이에 1기 신도시 입주민들은 범재건축연합회를 결성하고 단체 행동에 나섰다. 분당·일산·산본·평촌·중동재건축연합회가 모두 참여했다.
한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1기 신도시는 노태우 정부 시절 주택난 해소를 위해 기획된 대도시"라며 "지금 당장은 멀쩡해 보이지만 거주자가 100만명에 달하는 만큼 사업 기간을 길게 잡아야 하고 이주 대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빈틈없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더 시간 끌지 않겠다며 사태를 진화하고자 노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토부를 질책했다. 윤 대통령은 "예전 같으면 5년이 걸렸을 사안을 최대로 단축했는데도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신뢰를 잃었다"며 "국가 주요 정책을 발표할 때는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해 달라"고 강조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그러자 서울 노후지역 곳곳에서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기 신도시는 1991~1993년 축조된 주거타운이다. 하지만 서울 양천구 목동의 경우 14개 아파트 단지가 1985~1988년에 걸쳐 준공됐다. 1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했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비교해도 최소 6년 일찍 전입신고가 이뤄졌던 셈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역시 구축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는 어느덧 준공 50년차 아파트가 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지역구별 노후주택 비율은 노원구가 38.4%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양천구(31.9%)가 이었다. 서울 전체 평균은 21.2%로 집계됐다. 반면 경기도 전체 평균은 11.5%에 불과했다. 노후주택 비율이란 지역구 내 전체 주택에서 30년 이상 된 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기 신도시는 이제 겨우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워가고 있는 수준"이라며 "서울에도 질 높은 생활을 기대하기 어려운 노후주택들이 수두룩한데 1기 신도시부터 재정비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일침을 놨다. 그러면서 "차라리 구시가지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개발한다고 했으면 이해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1기 신도시 옆 구시가는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특히 경기 성남시 수정구와 중원구는 지난달 폭우피해 직격타를 맞았다. 지층주택들이 물에 잠기고 옹벽블럭이 무너지면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노후화 아파트 재건축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기 신도시 이전에 조성된 택지개발지구는 내진 설계가 미반영되고 화재 발생 시 빠른 진압이 쉽지 않은 등 안전성이 취약하다"며 "택지개발지구 정비사업 역시 전담조직 구성 및 개발 계획 지정 등 장관이 직을 걸고 추진해야 할 만큼 시급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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