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더 우울한 내년 경제전망, 현경연 "퍼펙트스톰 올 수도"
입력 2022-09-12 12:24 
현대경제연구원 선정 하반기 세계 경제 5대 리스크

내년 세계 경제가 경기 하강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현대경제연구원(현경연)의 분석이 나왔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발생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줄 수 있는 '회색코뿔소' 리스크가 부상할 경우 '퍼펙트 스톰(대규모 경제위기)'의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12일 현경연은 경제주평 '글로벌 5대 리스크 요인의 향방과 시사점'을 내고 "최근 세계 경제에 다양한 리스크 요인들의 영향이 중첩되면서 대규모의 경제위기를 의미하는 '퍼펙트 스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진단했다.
현경연은 향후 세계 경제에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리스크 요인을 전망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의 세계 경제 키워드를 'STORM'으로 정리했다.
'STORM'은 ▲세계 경제의 침체(Stagnation) 가능성 증대 ▲미·중 교역 전쟁(Trade war)의 심화 ▲오일쇼크(Oil shock) 완화에 대한 기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Russia)의 교착 ▲미 연준의 급진적 통화정책(Monetary policy) 등 현경연이 선정한 하반기 세계경제 키워드의 알파벳 앞 다섯 글자를 모은 것이다.
[자료 출처 = 현대경제연구원]
먼저 현경연은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봤다. 내년 세계 경제의 상황은 올해보다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최근 다발적 리스크 요인이 경기 하강 폭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아져 국내 수출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나 유로존 등 선진국 경기에는 이미 경기 하강 신호가 감지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경제 상황이 평균적인 추세를 하회하는 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우려가 있다.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주요 신흥국도 경기 침체 혹은 연착륙 수준의 하강 국면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현경연은 미·중 교역 전쟁의 심화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미·중 외교 및 경제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및 교역 단절로 추후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특히 통상 부문에서 미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조함에 따라, 아시아 지역의 공급망, 시장,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현경연은 "첨단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한 미국 주도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가 출범했고, 팹4를 통해 한국, 일본, 대만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세계 경제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에서 미국의 기술·산업적 헤게모니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중 전기 자동차의 미국 내 생산 배터리 사용을 실질적으로 강제하는 내용을 담거나 AMD와 엔비디아의 고기술 칩에 대한 대(對)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등의 개별적인 직접 규제에도 나서고 있다.
[자료 출처 = 현대경제연구원]
다만 현경연은 고유가 상황에 대해서는 "오일쇼크 완화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봤다. 세계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던 고유가 현상이 세계 경제 성장 부진에 따른 에너지 수요 위축으로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경연은 "최근 원유 선물 시장에서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며 "주요 전망 기관은 국제 유가가 올해 2분기를 고점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에너지 성수기에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 통제가 강화될 시에는 시장 수급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고유가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교착도 하반기 세계 경제를 좌우할 키워드로 꼽았다. 현경연은 최근 들어 전쟁이 교착 국면에 진입하면서, 세계 경제에 경기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는 강도는 약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쟁의 양상과 무관하게 러시아의 유럽 지역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 우려가 상존하기 때문에 유로존 경제가 급격하게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봤다.
[자료 출처 = 현대경제연구원]
여기에 연말 유로존의 겨울철 에너지 수요 급증 시기에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이 본격화될 경우, 유로존 지역을 중심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과 대규모 경제 위기도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현경연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급진적 통화정책도 리스크 요인으로 선정했다. 미 연준이 자국 인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급증시켜 세계 경제의 교란 요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이 달러 대비 원화값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수입 물가 불안을 통해 국내 물가의 안정화를 저해할 수 있으며, 신흥국의 글로벌 자본 이탈 동기를 자극하면서 세계 경제의 오버킬(금리 인상이 실물 경제 침체를 유발하는 것)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현경연은 ▲선제적인 위기 대응 능력 강화와 취약 계층에 대한 안전망 확충 ▲유연한 통상 외교 전략과 핵심·원천 기술 확보 ▲적극적인 자원 확보와 공급망 안정 ▲금융 당국의 대외 신인도 제고 및 시장 내 심리 안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연속적이고 복합적인 대외 충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점검·보완돼야 한다"며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물가 안정'에서 '경기 침체 방어'로 점차 이동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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