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심심한 사과 이어…'부부가 무료하다'는 공짜란 의미?
입력 2022-09-12 12:02 
초등학교 교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근래 '심심한 사과'란 말의 뜻을 일부 네티즌이 '지루한 사과'로 오해하면서 문해력이 논란이 된 가운데 사회 곳곳에서 이 같은 문제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인식도 차이를 보여서 일부는 사회적 문제로 보는 반면, '이렇게 알고 넘어가면 된다'란 의견이 맞서는 상황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무료하다'란 말의 의미를 잘못 이해한 댓글이 잇따라 베스트 댓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문해력 부족 문제가 지적됐다.
커뮤니티 게시글의 작성자가 "결혼한지 꽤 됐고 나이도 들었고 이젠 서로가 무료하고 감흥이 없는 부부"라면서 "자식이 없어 개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랑 산다"고 소개하자 "무료라니 서로 값 매기면서 사세요? 결혼한 값 못하면 무료되는 건가"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반응을 얻어 베스트 댓글에 오른 것.
이 댓글에 반응과 댓글이 많이 달린 건 '무료하다'란 말의 뜻을 '흥미 있는 일이 없어 심심하고 지루하다'가 아니라 '요금이 없다'란 의미로 잘못 이해한 것을 다수의 네티즌이 지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베스트 댓글로 "무료하다란 말은 나도 처음 보는 단어인데…주변 사람이 쓰는 것도 한 번도 못 들었다"면서 "일상생활에서 잘 안 쓰는 말로 무식하단 소리를 듣는 건 세상이 좀 야박해진 거 아닌가"란 의견이 올라 논란이 가중됐다.
이에 네티즌간 '사회적 문제'란 의견과 '자주 쓰는 말도 아닌데 이렇게 배우면 되는 것'이란 의견이 설전을 벌인 것이다.
문해력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한 웹툰 작가 사인회 사전 신청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자 주최 측이 '예약 과정 중 불편을 끼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공지한 데 대해 '심심하다'의 의미를 잘못 이해한 일부 네티즌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심심한 사과? 하나도 안 심심하다",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심심한 사과라니 오히려 화가 난다"는 식으로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원래 '심심(甚深)'은 매우 깊고 간절하게 마음을 표현한다는 의미지만, 일부 이용자는 지루하단 의미로 잘못 받아들였다.
또한, '사흘'을 3일이 아닌 4일로 착각하거나 오늘이란 뜻의 '금일'을 금요일의 줄임말로 이해하는 등 비슷한 문해력 부족 일화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젊은 세대의 독서량 부족과 한자 교육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반대 입장에서는 "언어는 새로 생기기도 하고 잘 안 쓰면 없어지거나 의미가 변하기도 하는 만큼 지나친 기우"라는 의견도 있다.
기초 한글 교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편 지속되는 문해력 논란에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국어교육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교육부가 공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따르면 오는 2024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고교학점제에 맞춰 고등학교 수업 시수 조정 및 초등학교 국어 과목에 기초 문해력 교육이 강화된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에 선택과목이 도입되는데 국어과목에선 기초 문해력 교육이 심화된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국어수업 시간이 34시간 늘어난다.
또한, 고등학교 선택과목에 '문학과 영상', '매체 의사소통'을 신설해 미디어 리터러시(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 교육도 강화된다. '독서와 작문', '주제 탐구 독서', '독서 토론과 글쓰기' 등 주체적·능동적 독서활동 과목들도 열리게 됐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17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4년부터 초교 1~2학년,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 중·고교에 연차 적용되며, 올해 말 최종 확정·고시될 예정이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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