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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우린 어떡하라구"…은행원 AI 대체되고 인근점포 사라져
입력 2022-09-12 09:10 
[사진 출처 = 딥브레인 AI]

시중은행의 디지털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고객을 은행원들이 한 명씩 응대하는 게 일반적인 점포 풍경이었다면, 최근 생겨나는 혁신점포는 은행원 수를 줄이고, 그 자리에 고객 스스로 업무를 볼 수 있는 키오스크나 종합금융기기(STM·Smart Teller Machine)가 대체하고 있다. 더욱이 인근 점포들은 자취를 감추면서 금융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는 노년층과 장애인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6월말 기준 점포(지점+영업소) 수는 총 2943곳으로 지난해 말 3079곳 대비 136곳 축소됐다. 신한은행이 44곳으로 폐쇄된 점포 숫자가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우리은행 40곳, KB국민은행 36곳, 하나은행 16곳 순이었다.
이들 은행들의 점포 신규개설 계획은 극히 미미했다.
각 시중은행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신한은행은 2곳 점포 신설을 계획 중이며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1곳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은행의 신설 계획은 아예 없었다.

각 은행 지점마다 상황은 달라, 잘 사는 동네와 시골 등의 은행 풍경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서울 강남지역은 건물마다 점포가 하나씩 있기도 하지만, 지방이나 시골로 갈수록 은행 점포는 쉽게 찾을 수 없다. 문제는 이런 곳에 고령층이나 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 금융업무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점포운영 규모를 '확' 줄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IT기술에 익숙치 않은 노인들은 애를 먹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어쩔 수 없이 창구를 찾는 경우에도 (모바일뱅킹에서 제공하는) 송금이나 환전, 예·적금 이자 등에서의 우대 혜택을 받지 못해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디지털로의 전환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지만, 노인전용 창구나 전용 안내 전화를 확대하는 등 고령층을 위한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감독당국은 금융 취약계층을 감안하면 연간 100개 이상의 점포를 닫는 은행들의 영업망 구조조정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은행권 점포 축소에 따라 은행원 수도 감소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임직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5만 5883명으로 올해 들어 1391명 줄었다.
일반 점포가 자취를 감추고 있는데 반해 디지털 특화점포 수는 증가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옛 평촌남 지점과 대구 다사지점에 무인점포인 '디지털라운지'를 열고 AI은행원을 배치했다. 디지털라운지는 실시간 화상통화로 직원과 금융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데스크'와 고객 스스로 계좌신규, 카드발급 등 업무를 할 수 있는 '스마트 키오스크'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로 구성한 무인형 점포다.
KB국민은행도 그간 체험존에만 있던 AI은행원을 서울 여의도 영업부와 여의도 인사이트점, 돈암동지점 등에 키오스크형으로 선보이고 있다.
우리은행도 화상상담과 셀프(Self) 거래 등의 업무처리가 가능한 초소형 점포인 '디지털 EXPRESS점'을 운영 중이다. 디지털데스크, 스마트키오스크, 현금자동인출기(ATM) 등 디지털기기 3종으로 구성된 무인점포로, 지난 12월 폐쇄한 문산과 우이동, 구일지점에 각각 열었다.
한 시중은행에서 노인들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급격한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금융취약 계층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뱅킹 고객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2021년 인터넷뱅킹에서 모바일뱅킹 이용 비중은 80%를 웃돌았다. 특히, 혁신점포 민원 중 디지털 기기 작동 미숙에 대한 건이 가장 많았다. 경기도 거주 김모 할아버지(78)는 "(키오스크를) 할 줄을 몰라서, 은행원이 있는 시간에만 점포를 찾는다"고 했다.
[자료 = 금융경제연구소]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금융정책실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지점 통폐합 과정에서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국 은행 폐쇄 절차와 같이 지역민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회의 및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혁신점포에 대한 민원 및 애로사항은 대부분 기기사용 미숙에 따른 불편함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 2010년대 은행권 '스마트 브랜치' 실패 사례처럼 제한적인 업무 범위와 디지털 기기 작동 미숙으로 인한 불편함 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급격한 은행지점 폐쇄로 인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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