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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야구 랭킹 1위'의 'KBO 퍼스트'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
입력 2022-09-01 12:26 
서울고 에이스 김서현. 사진=김원익 기자
"데이터가 아예 없다. 처음부터 스카우트 대상에 오르지 않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뭐라 평가할 수 없다."
청룡기 고교 야구 대회가 끝난 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에게 서울고 에이스 김서현(18)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돌아 온 대답이었다.
김서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김서현은 고교 야구 랭킹 1위로 불려도 손색 없는 투수다.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한 심준석(18.덕수고) 보다 오히려 완성도가 더 높은 투수라는 평가까지 받는 선수다.
김서현은 올 시즌 18경기에 등판해 3승3패, 평균 자책점 1.31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총 55.1이닝을 던졌는데 삼진을 72개나 뽑아냈다. 반면 사사구는 20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WHIP도 0.95으로 대단히 낮게 나타나고 있다. 단연 고교 최고 최고 투수라 불릴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선 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잘 모르고 있다를 넘어 무지 그 자체였다.

김서현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김서현은 1학년때 부터 눈에 띈 선수다. 시간이 갈수록 진화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KBO리그에 대한 충성심이 너무 높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먼저 뛰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정하고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일부 메이저리그 팀에서 주위를 통해 슬쩍 분위기를 떠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메이저리그행 절대 불가'였다. 그러니 김서현에 대해 스카우트 작업은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와, 잘 던진다'는 생각을 한 것이 전부였다. 혹시 몰라 구속 체크 등 기본적인 것들은 하는 구단도 있었지만 스카우트 대상에 올려 놓은 팀은 없었다. 그만큼 김서현의 신념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김서현은 일찌감치 KBO리그서 먼저 뛰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정도로 확신에 차 있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접근할 길 조차 열어주지 않았다.
단순히 생각이 깊고 신념이 강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흔들릴 만한 상황에서도 꿈쩍 하지 않았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목이다.
국내 팀 스카우트 팀장 A는 "지난 해 한 때 심준석이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하면 최대 200만 달러(약 27억 원)의 몸값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이 소문은 기정 사실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김서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심준석에 비해 떨어질 것 없는 기량을 갖고 있는 김서현이다. 스스로 "드래프트 1순위에 지명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정도로 자신의 야구에 대한 믿음이 강한 투수다. 심준석에게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뒤지지도 않는다. 그런 라이벌 투수가 무려 200만 달러의 몸값을 받을 수 있다는데도 김서현은 메이저리그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지난 해 문동주가 한화에 입단하며 받은 계약금이 5억 원이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메이저리그가 훨씬 더 많이 줄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음에도 김서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단한 선수와 대단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KBO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주변 환경이나 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을 지켜나간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김서현을 뽑는 팀은 절대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심준석의 200만 달러설은 꽤나 무게감 있게 퍼져나간 적이 있다. 올 시즌 심준석이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소문을 사라졌지만 200만 달러 설이 무게감을 갖고 있을 땐 김서현도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서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KBO 퍼스트'를 외쳤다. 해외 진출에 대해선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아직 성년도 되기 전의 선수가 이 정도 신념을 갖고 있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김서현 같은 굳은 심지를 갖고 있는 선수는 찾기 힘들다.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선수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김서현은 한화행이 유력한 상황. 이대로라면 한화는 또 한명의 파이어볼러를 얻음과 동시에 보기 드문 신념으로 가득찬 강인한 정신력의 투수를 동시에 얻게 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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