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지현 "사실혼을 법률혼으로 확인한 것에 불과"…'어대명' 저격
입력 2022-08-31 09:08  | 수정 2022-08-31 09:34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지난달 15일 국회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첫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하고 있다(오) / 사진 = 매일경제
"팬덤의 좁은 우물에서 탈출하라"
"'압도적 지지' 아닌 '압도적 외면'을 읽어야"
"인천 계양 출마 강행에 대한 반성 필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것에 대해 "그저 사실혼을 법률혼으로 확인한 것에 불과해 감동도 없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박 전 위원장은 30일 밤 11시 40분쯤 SNS를 통해 "이미 지방선거 때부터 당 대표는 이재명 의원이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국민적 관심을 끌어모으지 못한 점, 이 대표가 개딸 팬덤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박 전 위원장은 "세대 간 치열한 대결도, 정책과 비전 경쟁도 없는 '이재명 추대대회'는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권리당원 투표율은 37%로 매우 낮았고, 호남의 온라인 투표율은 19%에 불과했다"며 "586을 이을 새로운 정치세력도 키우지 못했다. 97세대의 도전은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났을 뿐, 무슨 가치를 추구하는지, 나이 말고 586세대와 뭐가 다른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 대표가 득표한 77.77%라는 숫자가 두렵다"며 "이 숫자를 '압도적 지지'로 읽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권리당원 투표율 37%를 '압도적 외면'으로 읽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임기가 시작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이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는 당원들이 보낸 축하 화환이 놓여 있다. / 사진 = 매일경제


자신이 지금껏 비판해왔던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에 대한 목소리도 냈습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표는 '국민 속에서' 혁신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약속을 지키려면 개딸 팬덤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 대표의 대권 지지율은 20%, 전당대회 지지율은 78% 정도다. 민심과 당심이 무려 4배나 차이가 난다"고 꼬집었습니다. 덧붙여 "이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집권은 불가하다. 전당대회도 끝났으니 이제는 팬덤의 좁은 우물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표가 '당원이 원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당원' 박지현으로서의 요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박 전 위원장은 "수사와 민생의 철저한 분리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상대 당이 아무리 탄압해도 민생에만 집중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이 대표를 지킬 것이고 윤석열 정권도 함부로 보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청년 정치'가 스스로 설 수 있는 환경의 필요성도 역설했습니다. 박 전 위원장은 "순번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세력을 만드는 청년 정치를 지원해야 한다"며 "기후 위기, 차별금지법, 연금개혁, 1인 가구, 인권 사각지대처럼 청년들이 관심 많은 과제들은 청년들이 직접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단위를 당 내에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 당시 (왼쪽부터)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 윤호중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박홍근 공동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사진 = 매일경제


박 전 위원장은 "파티는 끝났다. 진정한 변화는 진정한 반성과 성찰에서 시작한다"며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이 무엇보다 이 대표 본인의 계양 출마 강행에 있었다는 점을 당원과 국민 앞에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본인의 역할에 대해선 "(민주당이) 팬덤 정당이 아닌 국민 정당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겠다"며 "또 욕을 먹겠지만 지금껏 그래왔듯이 기득권에 아부하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사람으로 남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