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월 300건' 배달하다 뇌출혈로 사망한 마트 직원, 법원은 '산재 사망' 인정
입력 2022-08-30 09:12  | 수정 2022-08-30 09:22
배달 중 정차 중인 배달원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코피 안 멈춰 대학 병원까지…일주일 후 뇌출혈 진단받고 한 달만 숨져
근로복지공단, "남편 사망은 업무상 재해"란 아내 주장 인정 안 해
재판부 "산재로 인한 사망 맞아…해고 과정도 부당해고에 해당"


월 300건 이상의 배달 업무를 하다 뇌출혈로 숨진 한 마트 직원이 산재에 의한 사망을 인정받았습니다.

29일 인천지법 행정1-3부(고승일 부장판사)는 "마트 직원 A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부천시의 한 동네 마트에서 일하던 A씨는 2020년 4월 출근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코피를 쏟았고, 출혈이 멈추지 않아 병원을 찾았습니다. 집 근처 병원에서 오후 내내 코피를 쏟던 A씨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인천에 있는 한 대학 병원에서 추가 진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상태가 호전된 줄 알았던 A씨는 엿새 뒤 한밤중 집 거실에 누워 몸을 떨며 소리를 지르고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습니다. 급하게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한 달 뒤 결국 세상을 등졌습니다. 이 모든 일이 결혼한 지 1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A씨가 쓰러지기 전까지 했던 일은 배송 업무였습니다. 그는 일주일에 하루만 쉬며 매일 식사 시간 2시간을 제외하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했습니다. 그가 하루에 배송한 양은 10~14건으로, 휴무일을 제외하면 한 달에 300건이 넘는 배송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A씨는 이외에도 물품이 마트에 들어오면 종류와 수량을 확인하고 정리 및 진열하는 것까지 모두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업무량이 과중했던 A씨가 결혼 1년 만에 돌연 사망하자 A씨의 아내는 2020년 7월 "남편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A씨가 마트에서 퇴사한 후 일주일이 되던 시점에 처음 몸을 떨고 횡설수설한 증상이 나타났다며 퇴사 전의 업무 부담과 질병의 인과관계가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A씨의 아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결국 A씨 아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A씨의 사망은 만성적인 업무부담과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산업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출혈로 출근할 수 없었던 날까지 만성적인 업무 부담을 겪은 사실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견이 없다"며 "매주 평균 60시간 이상 근무했고 배송업무는 육체적 부담이 큰 작업에 해당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마트 측은 A씨가 출혈(코피) 때문에 출근할 수 없었던 당일에 문자를 보내 해고를 통보했는데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A씨가 응급실에 가기 전까지 1주일간 출근하지 않았더라도 부당해고로 인해 출근하지 못한 것"이라고 질타했습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