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권위 "군형법상 추행죄,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헌재에 의견 제출
입력 2022-08-25 14:00  | 수정 2022-08-25 15:44
사진 = 연합뉴스
"사생활 영역 구체적 부분 규율…적합성 떨어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동성 군인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현행 군형법이 동성애자 군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습니다.

인권위는 오늘(25일) 현행 군형법 제 92조의 6에 규정된 '군인에게 항문 성교나 추행을 한 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과 관련해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성관계도 처벌 대상인지 등 법률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아울러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며, 동성애자 군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며 "군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전투력 보존이라는 입법목적 자체는 정당할 수 있으나, 사생활 영역인 성행위의 구체적 부분까지 규율하는 것은 적합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불가피한 경우에만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봤습니다. 성인의 합의된 성관계를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피해의 최소성' 원칙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이어 인권위는 "자신의 성적 지향 등이 외부에 알려짐으로써 군인이 받게 될 실질적인 불이익 등을 고려할 때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며 "실질적으로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동성애자 군인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간접차별에 해당하고, 나아가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도 배치된다"고 했습니다.

인권위는 군형법 92조 6항이 인권 면에서만 아니라 법적 기능 면에서도 존치 필요성이 거의 없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간 몇 차례 군형법이 개정되면서 해당 조항은 기능적으로 변화해왔습니다.

인권위는 "대체로 동성 군인 간의 성적 만족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형사 처벌하는 기능, 특히 상호 합의에 따라 행해지는 동성 군인간 성적 만족 행위를 처벌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6건)이 통과되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 조항마저 신설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오로지 '자발적인 의사의 합치에 따른 항문성교나 그 밖의 이와 유사한 행위'만을 처벌하는 근거로만 기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9도3047 판결)에 따라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인 의사의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이와 유사한 행위'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면 해당 조항으로 처벌되는 행위는 주로 '공적 공간에서 상호 합의하에 행해지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이와 유사한 행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이 사건 법률조항(군형법 92조 6)이 없어도 '형법'상 공연음란죄나 '군형법'상 군무이탈죄, 근무태만죄 조항을 적용하거나 징계처분을 부과하여 규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와 위헌법률심판청구 사건이 12건 계류 중입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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