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재난 그 후②] 재난이 끝나면 방치되는 정신적 고통…"3년 지났지만 여전한 트라우마"
입력 2022-08-24 19:31  | 수정 2022-08-24 19:39
【 앵커멘트 】
MBN 특별기획 '재난, 그 후의 기록과 삶', 어제 이재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점검한 데 이어 오늘은 정신적 고통을 짚어봅니다.
저희 취재진이 정신과 전문의와 함께 고성 산불 이재민 10여 명을 상담한 결과, 3년이 지난 지금도 대부분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진단됐습니다.
다른 재난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고요. 그렇다면 재난 강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어떨까요?
조창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3년 전 강원 고성을 덮친 산불은 한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온 가족 전체를 무너뜨렸습니다.

전 재산을 잃은 70대 농부 김 모 씨는 결국 산불 발생 네 달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 인터뷰 : 김종성 / 고인의 누나
- "농사에 생명을 걸고 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다 날렸는데 살 수 있겠어? 그러니 어느 날 일하러 나간 새 혼자 들어와서 그렇게 간 거야."

가족 일부는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이상애 / 고인의 아내
- "자식들이 있어도 그렇고 생각하지 말라 그래도 그게 되나…."

취재진은 정신과 전문의와 함께 김 씨 유가족 등 고성산불 이재민 10여 명에 대해 집단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유가족은 우울증 증상 등으로 '시급히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고 이재민 대부분은 지금도 외상후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산불이 나고 1년까지만 정부 관리가 있었을 뿐 지금은 이재민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 인터뷰 : 신기택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재해를 당하는 경우에는 (스트레스) 강도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어요. 이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감정적으로 도와줄 사람들이 없고…."

포항지진 이재민 역시 비슷합니다.

석 달 뒤면 진도 5.4의 강진이 이곳 포항을 휩쓸고 지나간지 만 5년이 됩니다.

▶ 스탠딩 : 조창훈 / 기자
- "하지만 복구는 더디기만 하고, 주민 10명 중 4명은 여전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윤자 / 2017 포항지진 이재민
- "지진 나는 꿈을 꿔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작은 방에 가서 웅크리고 있는 그런 때도 있고요. 제 몸은 그렇게 챙기지 못했어요. 근데 이렇게 많이 안 좋아질 줄 몰랐지."

그나마 포항은 지난 2019년 특별법 통과로 트라우마센터가 설립돼 이재민들을 돕고 있지만, 재난이 있을 때마다 시스템을 구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 인터뷰 : 이영렬 / 포항트라우마센터장
- "각지의 보건소 직원이나 이런 분들 훈련 시켜야죠. 독거노인의 안방까지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것이냐 거기에 역량을 집중해야 되는 건데…."

반면 재난 강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재난이 발생하면 72시간 안에 전문 심리지원팀이 출동하고 10년 넘게 관리가 이어지는 곳도 있는 등 중장기적 치유가 유기적으로 이어집니다.

▶ 인터뷰 : 후지타 노리코 / 일본 히토요시 사회복지협회
- "재해 직후에는 주 2회 정도 찾아뵙고, (2년 뒤인) 지금은 월 2회 정도 방문하고 있습니다. 시청에 말하기 어려운 것들을 듣고 대신 전달하기도 하고요."

일본 전문가들은 정부 자원이 부족하다면 민관이 협력해 이재민의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시스템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MBN뉴스 조창훈입니다. [ chang@mbn.co.kr ]

영상취재 : 이우진, 김영호 기자
그래픽 : 송지수
취재지원 : 남동연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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