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우영우' 열풍…작품만 좋으면 '대박' 나는 콘텐츠 시대

시청자의 변화…인기채널 의존 않고 능동적으로 작품 선택
방송사보다 제작사 힘 커진 시대…콘텐츠 창작자들에게는 기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성공은 방송가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오늘 방송가에서는 '우영우'의 인기를 두고 작품만 좋으면 어떤 채널에 편성이 되든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습니다.

'우영우'는 연기력을 인정받는 박은빈의 열연과 짜임새 있는 대본으로 방송가에서는 방영 전부터 '작품이 잘 나왔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낯선 ENA 채널에 편성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예측이 적지 않았습니다.

1회 시청률은 예상대로 0.8%를 기록하며 저조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러나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률이 상승해 9회 만에 15.8%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냈습니다.

사진=에이스토리 제공

'우영우'의 성공은 시청자들의 변화된 시청 행태를 잘 보여줍니다. 요즘 시청자들은 주요 채널의 황금 시간대에 편성된 작품을 수동적으로 보기보다는, 인지도가 낮은 케이블 채널이라도 재밌다고 소문난 작품을 능동적으로 찾아봅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경험하면서 작품을 골라보는 데 익숙해진 영향입니다. TV에서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말고도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무한대에 가깝게 많아지자 시청자들의 작품을 보는 안목이 높아진 것입니다.

OTT마다 제공되는 작품이 다르다 보니 플랫폼을 오가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찾아서 보는 데도 거리낌이 없어졌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TV도 특정 채널에 대한 선호도가 약해졌고,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이라는 경계도 모호해졌습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은 정말 현명하다. 특히 주시청층으로 분류되는 2040(20∼49세)은 실용적으로 움직이는데,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으면 어디든 찾아간다"며 "지상파든, 종편이든, 케이블이든, OTT든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찾아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영우'는 콘텐츠가 좋으면 성공한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을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에이스토리 제공

또한 우영우'는 방송사에서 제작사로 힘이 쏠리는 시대가 왔다는 점도 보여줍니다.

지상파 3사가 드라마 시장을 주도하던 1990년대만 해도 방송사가 직접 제작했기 때문에 방송사와 제작사는 분리되는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PD들이 방송사를 나가 제작사를 차리기 시작하던 2000년대부터는 외주제작사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방송사와 제작사가 공동 투자로 드라마를 만들었지만, 편성권을 쥔 방송사의 입김이 여전히 셌습니다.

최근에는 제작사가 드라마를 사전 제작하고, 방송사는 편성만 하는 방식으로 제작 환경이 변했습니다. 계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작품에 대한 원천 IP(지식재산)를 오롯이 제작사가 가져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영우' 역시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원천 IP를 갖고 있습니다. 에이스토리가 '우영우' 웹툰, 뮤지컬 제작을 하고, 드라마에 나온 고래 굿즈(상품)를 팔 수 있는 것도 IP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창작자 입장에서는 작품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 나갈 기회입니다.

유명 제작사의 영향력은 과거 방송사의 명성만큼이나 커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드라마가 어디에서 방영하는지보다 어떤 제작사에서 만들었는지를 따지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현재 MBC에서 방영 중인 '빅마우스'의 경우 '우영우' 제작사가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더 받은 바 있습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제는 플랫폼(방송사·OTT)에서 스튜디오(제작사) 체제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스튜디오들이 에이스토리처럼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공개하는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유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bwjd5550@naver.com]